22일 교도통신은 복수의 북·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대답을 피하고 싶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일본과 북한 사이에는 북·일 정부 간 협의와 베이징에 있는 대사관 루트 등 다양한 기회와 수단을 통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일본이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은 자국 내 부정적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위협을 ‘국난’이라고 규정하며 안보 위기를 조장해 표를 얻었다. 그 이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변화나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 모드로 돌변할 경우 선거를 위해 안보 위기를 부채질했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아베 총리는 5월 하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반환 문제에 대한 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영토 반환 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공동경제활동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만나 일본이 배치하려는 지상배치형 신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일부가 될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쿠릴 4개섬을 일본에 내줄 경우 미군이 해당 지역에 기지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초 도쿄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아베 총리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3국 정상회의가 열리면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의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이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3국이 협의해 당장 내놓을 만한 성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매기는 문서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동맹국인 캐나다는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일본은 예외를 인정받지 못하고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동맹국인 일본의 철강·알루미늄 수입은 미국의 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꿈쩍하지 않았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