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가 2년 전부터 법원에 무차별적인 소송을 내면서 매번 주장하는 내용이다. 그는 2016년 9월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가 이듬해 변론 없이 각하됐다. ‘적법한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 소송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내용으로 이 사건과 병합된 손해배상 청구소송만 110여건이다. 피고와 청구 액수, 청구 취지가 모두 동일하다. 융단폭격식 소송을 낸 그는 법조계에서 ‘소송왕’으로 불릴 정도다.
최근 1년간 A씨가 대법원에 제기한 각종 상고심 사건만 무려 4000건이 넘는다. 대법원은 A씨가 재판청구권을 남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제동을 걸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6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법원에 A씨가 낸 1·2심 민사사건은 각각 5600여건, 3900여건에 달한다. 상고심도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제기한 것만 4000여건이다. A씨의 무차별적인 소송 제기로 인해 대법원 사건 통계마저 영향을 받을 정도다.
대법원 관계자는 “A씨 소송을 빼면 2017년 상고심 접수 대비 처리율이 95.3%에서 약 100.0%로 대폭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접수한 상고심은 총 4만4417건(형사는 피고인 수 기준)이고 대법관 1인당 사건 수는 3417건이다. A씨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1년간 제기한 상고심 사건을 모두 처리하려면 대법관 1명을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A씨가 승소 가능성도 없는 무의미한 소송을 반복적으로 내는데도 속수무책이다. 그의 행동은 민법 규정인 ‘신의성실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로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민법 2조는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은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해야 하고,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신의성실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A씨는 막무가내다. 그가 대법원에 낸 소송이 항소심보다 많은 이유는 대법원 소장 각하 명령 등에 불복해 끊임없이 다른 재심을 내고 있어 그렇다. 다른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런데도 이런 소송 남발을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A씨는 인지대나 송달료를 전혀 내지 않고 법원의 보정명령이나 소송비용 담보제공 명령에도 불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A씨는 패소 판결에 대한 개인적 불만을 과다한 소송 제기로 표출하는 듯하다”며 “A씨의 재판청구권 남용으로 한정된 사법자원이 부적절하게 사용되고 사건 처리율 등 사법 통계가 왜곡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회나 정부 차원에서 별도 입법 조치가 필요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