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중국 수뇌부에게 진정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설명하고 협력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1960년대 중·소분쟁 시 김일성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했듯이, 북·미 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중국에 경제제재 완화와 안보지원 강화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더욱 높다. 중국도 대화와 협력을 통한 비핵화 결정을 환영하면서 격려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성급한 비핵화나 북·미관계의 개선에 우려를 표하면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강조했을 개연성도 존재한다.
나아가 최악의 상황으로, 북한은 중국에 이번의 비핵화 회담이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 명분을 약화시키고 경제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의도일 뿐 결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해 미군을 철수시킨 다음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달성할 것이라는 그들의 계획을 설명하고, 중국도 그에 적극 동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과 중국은 6·25전쟁을 함께 수행했고, 공산주의 국가로 살아남은 강력한 혈맹이며 반미노선에서는 뜻을 같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의용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이 전달하는 북한과의 합의를 신뢰하고, 이번 기회에 북핵 폐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대적인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통일부 장관을 중심으로 고위급회담 대표들이 북한 대표단과 만나 제반 사항을 논의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방중으로 볼 때 북한이 진실로 ‘민족끼리’의 비핵화를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면 중국을 방문해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의 실제 내용을 심층 있게 분석하면서 남북한이 사용하는 ‘비핵화’가 동일한 개념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국과 함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이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북한은 주한미군과 미국의 핵우산까지 제거하는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비핵화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이라는 비핵화의 단서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주도통일을 위한 전술적 기동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지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확인 없이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에만 치중할 경우 우리는 북·중 간의 책략에 넘어가 위험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