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도시재생 추진 방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재개발 등을 수반하는 기존의 도시 정비사업이 아닌, 도시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활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전면철거가 아닌 현지개량 방식이어서 주민들이 현 거주지에서 사실상 강제적으로 내쫓기는 일도 사라질 전망입니다.
청년창업 등 일자리 창출과 노후한 주거환경 개선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도시재생 뉴딜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고무적인 편입니다. 뉴타운 등 과거의 도시정비 사업에서 문제가 됐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을 방지하려는 노력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업지 선정과정에서 집값이나 땅값 부동산 시세 변동 추이를 면밀히 살피고, 지정 이후에도 관련 시장이 과열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주거환경 개선으로 부동산 시세가 일정 수준 오를 수도 있겠지만, 투기 열풍을 부추기는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은 도시재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구도심에는 창업공간 등 혁신 거점공간을 조성하고, 노후 주거지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재생의 주체인 지역 주민의 역량을 높이고, 개발로 인해 상인 등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대책도 수립됐다.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 250곳의 구도심에 창업과 주거, 문화 기능이 어우러진 혁신공간을 조성하고 주변 지역과 교통 접근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도심 내 창업공간과 청년임대주택, 각종 공공서비스 지원센터 등이 연계된 복합 앵커시설이 5년간 총 100곳이 조성된다.
문화관광체육부의 '문화도시 조성 사업', 중소기업부의 '상권활성화사업' 등 다른 부처가 추진하는 사업에 도시재생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활용한 복합 문화공간 등이 100곳 이상 지어진다.
특히 문화재청과 함께 지역의 역사 유산을 활용하는 역사문화공간 연계형 뉴딜사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첨단산업단지에는 산업과 주거, 상업 등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시설을 짓고 유휴 국·공유지, 폐교 등을 활용한 복합문화공간도 건립한다.
대학이 주도하고 청년, 지자체 등이 협업해 대학 인근을 지역 거점으로 재생시키는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추진된다.
건축·경관 전문가가 재생사업에 참여해 매력적인 건축물과 경관을 조성하는 건축·경관 특화형 도시재생 뉴딜도 진행된다.
국·공유지나 나대지 등에 소형 공원을 만드는 도시재생형 도시숲 모델을 개발, 뉴딜사업 지역에 도시숲을 조성해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는 구도심 재생을 통해 혁신거점을 조성한 사례가 많다.
◆'도시재생 뉴딜' 청년층 모이는 혁신거점 조성
국토부는 노후 주거지에는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공적지원을 강화하고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관리사무소 등이 없는 저층주거지의 주민 서비스 공급 플랫폼을 마련할 예정이다.
저소득층인 집주인이 원거주지에서 내몰리지 않도록 전면철거를 지양하고 현지개량 방식을 추진한다.
자율주택 정비와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대해 사업비가 연 1.5%의 저리로 융자된다.
국토부는 뉴딜 사업비와 기금 융자 등을 통해 마을도서관, 체육시설, 커뮤니티시설 등 지역의 기초 생활인프라 공급도 지원한다.
공공임대주택 건설부지와 공원 등 노후 공유자산을 복합 개발해 공용주차장 등 개방형 편의시설을 공급하는 모델도 마련할 예정이다.
집수리, 공동구역 청소, 임대관리 지원, 마을상점 운영 등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 공급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 구성도 지원한다.
준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 등 민·관 협력형 사업모델도 발굴해 판매·서비스 시설 등 기초 생활편의시설의 공급도 지원한다.
준BTO는 민간부지에 편의시설을 건설하면 지자체가 매입하고서 민간에 수익시설 운영권을 부여하는 사업 방식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사업성을 높여주기 위해 일반분양분 매입을 지원하는 '소규모 정비 임대리츠'가 올 하반기 설립된다.
국토부는 상가 젠트리피케이션 징후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조사 지표와 대상, 방법을 다양화하고 조사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방침이다.
◆구도심 정비해 일자리 창출
상생협약 표준협약서를 마련해 도시재생 뉴딜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체결되도록 할 예정이다.
상생협약은 상가 건물 주인이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거나 최소 임대기간을 설정하면 그 대신 용적률이나 세금부담을 완화해주는 협약이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이 예상되는 지역은 상생협의체를 구축하고 상생계획 수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뉴딜지역 외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도 포괄할 수 있는 상생협약의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뉴딜사업 지역에 공급되는 공적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방공기업을 통한 지원을 확대한다.
LH가 주택을 매입해 지역의 여건을 잘 아는 지방공기업에 임대하면, 지방공기업이 기존 거주자 등에게 재임대하는 '뉴딜형 매입임대주택'이 도입된다.
뉴딜 사업지에서 뉴딜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참가하는 집주인(매도자)에게는 특별분양권을 부여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다.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기존 임차인에게는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공급되는 공적임대주택의 우선 입주권을 부여한다.
집주인이 기존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재건축하면 지자체나 LH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빈집이나 단독으로는 건축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맹지 내 건축물은 지자체가 매입한 후 정비하는 노후주택 입체 환지 방식도 도입된다.
국토부는 주민 등이 직접 계획, 제안하는 방식으로 소규모 재생사업을 연간 50곳 이상 추진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최대 2억원의 국비를 지원하고 '도시재생사업 인정제도'를 도입해 기금융자를 지원한다.
도시재생 인정제도는 민간 등이 제안하는 재생 성격의 소규모 사업을 사후에 도시재생사업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서울 포함 여부 조만간 결정
정부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서울의 도시재생 뉴딜 대상지 포함여부를 이달 내로 결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달 중 주택가격 등 여러 지표를 통해 엄밀한 판단, 서울지역 중 도시재생 필요성이 높은 곳을 중심으로 포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를 공모했지만, 서울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집값 과열 등의 우려로 공모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서울이라는 상징성과 정책효과 측면에서 이를 제외한 도시재생 사업은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토부도 서울을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정책적 제약이 크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