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잇단 사고로 자율주행의 생명인 ‘안전운행’이 의심받고 있다. ‘미래를 판다’는 테슬라의 주가가 폭락하고 자율주행시스템을 불안하게 보는 눈빛이 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연간 3만3000명이고 그중 94%가 운전자 실수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4000명이 넘는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사고 며칠 전까지 “자율주행 기술로 내년 말에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최소 100%에서 200%가량 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머스크의 장담이 현실이 되더라도 ‘100%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자율주행차에 기꺼이 목숨을 맡기는 것은 불안하다.
김기홍 논설위원 |
미래 기술 개발에 쏟아붓는 물심양면의 반의반만큼이라도 지구를 지키는 일에 돌리면 지구 걱정은 한결 덜 수 있다. 자국의 일자리와 무역흑자를 위해 세계와의 무역전쟁을 서슴지 않으면서 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전 세계인의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려는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 때문에 지구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 그래서 4차 혁명 뒤에는 지구와 인간을 위해 과학기술적 진보를 이루는 5차 산업혁명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간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4년 전에 “인구 증가와 자원 고갈로 지구환경이 한계상황까지 치닫고 있는 만큼 인류는 다가올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50년 안에 달에 정착하고 2100년에 화성에 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언처럼 된 호킹의 이 예언을 실현시키려는지 ‘혁신 아이콘’ 머스크는 “인류의 멸종을 피해야 한다”며 화성 정복 계획을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제정신이라면 호킹이나 머스크보다 “화성은 지구를 대신할 수 없다”고 한 미국의 천체물리학자 루시앤 월코비치에게 주목해야 한다. 그는 3년 전 이맘때 글로벌 특강 테드(TED)에서 “화성을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킬 능력이 인류에게 있다면 지구를 지키는 것은 훨씬 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의 여파로 ‘쓰레기 대란’ 소동이 벌어지자 난리가 벌어졌다. 우리가 진짜 참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이를테면 전 세계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기상이변, 오대양에 둥둥 떠 있는 거대한 플라스틱 섬, 사라져 가는 열대우림 같은 것들이다. AI를 앞세워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할 능력이 있다면 병든 지구를 얼마든지 회복시킬 수 있다. 우리의 문제는 무능이 아니라 무지다.
인간의 무자비한 밀렵으로 세 마리만 남아 있던 북부흰코뿔소 가운데 유일한 수컷인 45살짜리 ‘수단’이 최근 죽었다. 수단의 딸과 손녀인 두 마리마저 세상을 떠나면 북부흰코뿔소는 멸종된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굶어죽고 새끼를 잡아먹는 북극곰의 모습은 처참하다. 우리의 열정과 노력을 오로지 산업 역량을 키우는 데 탕진하고 지구 보호에 쓰지 않는다면 우리도 짧지 않은 시간 안에 코뿔소와 북극곰의 뒤를 따라갈 것이다.
김기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