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지난 1일 오후 경남 거창군 위천면 소재지에서 금원산 방향을 보고 찍은 사진.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청정한 하늘 대신 희뿌연 대기 때문에 울창한 수림을 관찰할 수가 없었다. 거창=전상후 기자 |
기자는 지난 1일 남덕유산 준령으로 이어진 금원산(해발 1353m), 기백산(해발 1331m)이 위치한 경남 거창군 위천면을 찾았다. 부산에서 1주일여 동안 계속된 희뿌연 미세먼지와 스모그로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다가 청정한 공기와 하늘을 기대하며 부산에서 서북쪽으로 183㎞를 달린 것이다. 그러나 위천면의 하늘색은 부산과 똑같았다.
면 소재지에서 서쪽으로 5∼6㎞ 떨어진 금원산, 기백산이나 북쪽 방향 호음산(해발 930m) 등 사방 어디를 보나 희뿌연 미세먼지뿐이었다. 대도시권에서나 볼 수 있는 스모그와 안개가 결합한 것과 비슷한 연회색 빛 하늘 그대로였다. 한낮인데도 금원산 일대 짙푸른 녹음과 면 소재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산의 검푸른 소나무 군락지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느 독자가 인터넷에 올린 “국내는 더는 숨을 곳(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없어 이민을 결심했다”고 한 넋두리가 떠올랐다.
마스크를 가져오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였다. 며칠 전 한 라디오에서 미세먼지 전문 대학교수가 “강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가 있는 날 외출 시 마스크를 안 하면 종일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과 같은 영향이 있다”고 한 말이 뒤늦게 귓전을 때리고 지나갔다.
월요일인 지난 2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부산시청사 옥상에서 금정산 방향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한눈에 봐도 흰 뭉게구름과 투명한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오며 하루 전의 상황에 비해 거의 정상화했음을 느낄 수 있다. 부산=전상후 기자 |
최근 들어 국내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현상이 ‘중국의 영향이다’, ‘국내 요인도 상당하다’고 하는 논쟁이 의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 요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첩첩산중 남덕유산 준령 거창 위천면 일대의 오염된 대기환경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평상시라면 당연히 부산의 대기가 나빠야 한다. 그런데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부산에 비해 오염원이 거의 없다시피 한 거창의 대기가 훨씬 더 나쁜 것이다.
참고로 거창과 부산의 대기환경오염 요인을 비교해보면 거창은 2월 말 현재 인구 6만2809명에 등록 차량 3만651대, 공장 등록현황 159개소를 보인다. 이에 반해 부산은 같은 기간 인구 351만4419명, 등록 차량 133만680대, 공장 등록현황은 2만9667개소를 보여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더군다나 부산의 경우 거창에는 없는 국제공항을 비롯해 국내 최대 항만을 끼고 있고, 오염물질 배출량이 매우 많은 선박(어선 포함)도 5308척이 등록돼 있다. 이 등록 선박에는 포함되지 않은 부산항을 드나드는 수만∼20만t에 이르는 컨테이너선과 크루즈선도 연간 1000여척이 부산북항, 부산신항을 드나들고 있다.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 2일 오후 기상청으로 전화기를 돌렸다. 마침 기상청 내 환경기상통합예보실 미세먼지팀을 책임지고 있는 허국영 예보관이 연결됐다.
허 예보관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초까지 이어진 미세먼지는 동아시아 일대 중·상층부 기류의 흐름을 분석해봤을 때, 헤이룽장(黑龍江) 성이 포함된 베이징 북쪽의 중국 동북 3성 일대 내륙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기류를 타고 우회해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 우리나라 남해안을 통해 한반도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다.
허 예보관은 이어 “이번에 온 미세먼지(PM 10)는 지난 1일 기준으로 수도권이 공기 ㎥당 70∼80㎛. 경북이 98㎛, 경남 71㎛ 수준이었다”며 “부산의 경우 2일 오후 6시 현재 18시간 평균치는 67, 시간평균치는 47로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의 초미세먼지(PM 2.5)도 2일 오후 6시 기준으로 18시간 누적평균이 28, 오후 6시 현재는 17(보통 16)로 보통에 근접한 수준을 보였다.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방림3리 일대 대기환경을 세계일보 독자가 카메라에 담아 보내왔다. 부산과 같이 꽤 맑은 상태임을 엿볼 수 있다. 강원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는 이날 하루 환경기상이 다소 좋았다가 3일 다소 악화했다. 독자 천용자씨 제공 |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미세먼지 농도 권고기준은 ㎥당 25㎛이다. 국내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에 따른 미세먼지의 대기환경 기준은 24시간 평균 100 이하이며, 1년간 평균은 50이다. 초미세먼지의 대기환경 기준은 24시간 평균 50 이하이며 1년간 평균은 25 이하이다.
허 예보관은 이어 “이번 중국 북동쪽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한반도 급습이 다소 복잡한 기류의 흐름을 타고 유입되면서 예보가 일부 틀린 부분도 있었다”며 “앞으로 정부 간 한중환경협력센터가 출범하더라도 중국은 기본 농도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높기 때문에 출발점이 크게 달라 조율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한국의 앞선 오염물질 배출저감기술을 중국에서 도입한다면 꽤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김철희(대기환경과학과) 교수도 “최근 미세먼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자료 등을 보면 중국 동북 3성 농촌지역 등에서 쓰레기를 대량으로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대기층 상층부의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산의 경우 남서풍의 영향으로 지난 2일 미세먼지가 상당 부분 물러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의 경우 국내 요인과 중국에서 밀려오는 게 맞물릴 때 종종 고농도 사례가 발생하곤 했다”며 “상황마다 기여하는 바가 틀리고, 매우 복잡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요인의 경우 디젤차의 영향이 꽤 큰데, 매연저감장치 부착이 의무화하긴 했지만 효과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수명이 1∼2년으로 짧아 적기에 교체해줘야 하는데 값이 비싸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제때 교체를 안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매연을 배출하는 악영향도 있어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창·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