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이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대표는 “제품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밝힌 바 있다. 박주한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 부장은 “서비스는 곧 사람”이라며 “‘벤츠스러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가 벤츠스럽다면 판매든 수리든 담당자도 벤츠스러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한국시장 진출 16주년을 맞는 벤츠의 인재 육성 현장을 찾아봤다.
6일 경기도 용인 대웅경영개발원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
“저는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맞는 것 같은데 외국은 실무 경력이 많은 사람이 하더라고요. 대학 졸업생이 지원을 해도 될까요?”(조규진·인하공전 2학년)
벤츠 등 수입 브랜드는 판매점, 서비스센터 등에 상담 전문가인 서비스 어드바이저를 둔다. 영업, 정비 등 인력에게 수백 차종에 대한 세세한 지식, 높은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을 요구하기 힘든 실정을 감안해서다. 국내 브랜드는 대부분 영업사원, 정비사 등이 고객을 직접 응대한다.
“우리나라는 수입차 업력이 짧아요. 그래서 아직은 10명 중 8명이 비경력자입니다. 꿈을 키우세요.”(정웅태 멘토·한성자동차 일반수리) “서비스센터 신입은 물류 작업부터 합니다. 작업은 늦어질 수 있지만 부품 수급이 지체돼선 안 돼요. 처음엔 육체적으로 힘든데 익숙해지면 사무직 개념입니다.”(최동운 멘토·KCC오토 부품총괄)
벤츠 모바일 아카데미는 애초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2014년 출발했다. 이은정 벤츠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상무)은 “돈, 차량 등을 기부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벤츠의 기술력과 글로벌 교육 노하우를 대학에 전수해 학생들이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아카데미란 이름도 교육 요청이 있으면 ‘어디든 간다, 움직인다’는 뜻에서 붙였다.
6일 경기도 용인 대웅경영개발원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모바일 아카데미 워크숍’(전반기)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멘토들 도움을 받아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
이 밖에도 벤츠는 마이바흐 S클래스, AMG, 카브리올레 등 학생이 쉽게 접하기 힘든 고가, 고성능, 컨버터블 모델 12종을 동원해 충분히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학기가 끝나면 성적 우수자 10∼20명을 선발해 독일 본사, 공장 등을 탐방한다. 지금까지 총 455명이 졸업했고 이 중 124명이 벤츠, 공식 딜러사에 취업했다.
이곳에서 10여㎞ 떨어진 곳에는 벤츠 서비스의 요람, 사관학교 격인 ‘트레이닝 아카데미’가 있다. 벤츠 코리아와 공식 딜러사 임직원의 심화 교육을 담당한다. 본사인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2015년 세계 3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설립됐다. 하늘에서 보면 ‘ㅁ’ 자 형태로 지은 이 건물을 거쳐가는 인원만 연간 1만2000명에 이른다. 특히 ‘자동차 정비의 MBA’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AMT(Auto Mechatronics Traineeship)’ 교육 및 인증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16개월에 걸친 교육을 이수, 평가를 통과하면 부여되는 AMT 인증 테크니션은 2006년 이후 총 156명이 배출됐다. 2016년엔 전 세계 벤츠 직원들의 기술 경진대회인 ‘글로벌 테크마스크’에서 국내 AMT 출신이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건물 곳곳에선 이론과 실습이 한창이었다. 한 강의실에선 국내 출시 일정도 없는 신차 ‘S500e’(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이 속살을 드러낸 채 교육에 활용 중이었다. 이은정 위원은 “아우스빌둥을 거친 고교 졸업생은 모바일 아카데미 참여를 꿈꾸고, 이를 거친 대학생은 벤츠에 입사해 테크니션이 되는 꿈을 꾼다”며 “사회공헌 활동으로 시작한 일인데 우수 인재가 몰리는 등용문이 됐다”고 웃었다.
용인=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