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절대 굴복할 수 없다”며 연일 응전의지를 불태우고, 관영언론도 미국 비판에 치중하면서 정부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00억달러(약 106조9000억원)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시사하자 문화혁명 당시 사용됐던 구호들도 반미 구호로 나오기 시작했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8일 공동사설을 통해 “무역전쟁에서 어떤 희생이나 손실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향해 휘두르는 미국의 몽둥이를 태워버리겠다는 항미원조전쟁과 똑같은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의 공세에 맞서는) 중국의 전략적인 해결책은 항미원조전쟁에서 미군과 싸웠던 방식으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침략에 맞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 웨이보(微博)와 웨이신(微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반미 구호는 인기를 끌고 있다. 애국주의를 고취하며 무역전쟁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만리장성을 배경으로 ‘끝까지 맞서 물러서지 않겠다’(奉陪到底)는 글을 새겨 넣은 포스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에서 발췌한 혁명가요 ‘동풍이 분다. 북을 울려라’의 가사인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겠느냐’는 구호도 등장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민족적 자존심 대결로 격화하면서 중국이 지금까지의 대칭 보복 전략에서 벗어나 비대칭 보복 전략으로 전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보복엔 보복 미국이 3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부과 방침을 공식화하고 중국이 즉각 보복조치를 발표하면서 양국 간 무역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 사진)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을 “대단히 존경한다”면서도 “우리는 무역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세계일보자료사진 |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다음 카드가 미국 기업이 강세인 서비스업종을 겨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광이나 유학은 상당한 위협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2016년에는 전년 동기대비 15.4% 증가한 300만명의 중국인이 미국을 찾아 330억달러(약 36조원)를 소비했다. 또 2016년 한 해에만 30만명의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이 159억달러를 썼다.
또 다른 카드로는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당시 한국 기업에 했던 것처럼 세무조사나 금융감독 등 규제를 미국 기업에 동원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안전검사나 위생검역 등 비관세 장벽 카드도 유효하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