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9일 “아무리 외유성이 짙어도 국회의원 직무와 관련된 출장이라면 도덕적 질타 대상은 될지언정 뇌물죄 등으로 기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의 직무범위가 워낙 넓어 웬만한 행위는 ‘의정활동 일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의원이 속한 국회 상임위원회 피감기관의 비용 지원을 받아 외유에 나선 것 자체가 뇌물수수에 해당할 여지가 커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출장 도중의 현지 일정이 업무와 무관했다면 기소해 법원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의 해외출장이 논란을 빚은 가장 최근 사안으로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 사건을 들 수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박 전 의원이 과거 한국선주협회 후원을 받아 해외시찰 명목으로 오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항구를 둘러본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2014년 9월 박 전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며 외유에 든 경비를 혐의에 포함했다. 2009∼2013년 박 전 의원 본인과 보좌관의 해외시찰 비용으로 선주협회가 제공한 3000여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2015년 9월 항소심에서 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며 해외시찰 경비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익단체가 참가비를 지원한 행사라도 의원의 민의수렴 업무와 관련돼 있는 한 해당 비용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단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