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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유찬 "'정치보복' 아닌 뿌린대로 거둔 것…MB 해외비자금 정보"

[추적스토리-이명박 첫 고발자 김유찬 인터뷰上-②]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 평소에 뿌린 그대로 거둔 것이다. ‘현재의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었던 김유찬 SIBC(SIBC international Ltd) 대표는 9일 세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구속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김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도 한 인간으로서 애도하고 눈물로 용서를 빌라”고도 했다.

중국 투자자 Li Yin Xiang 회장과 홍콩의 한 음식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김유찬 대표. 김유찬 대표 제공
그는 특히 “오랜 기간 외자분야를 다루면서 국내에선 접하기 어려운 이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게 적지 않다”며 “이 전 대통령에 의해 저질러진 천문학적 비리들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눈물로 용서를 빌라”

―이 전 대통령이 9일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의 첫 고발자로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뿌린 대로 거둔다는 금언처럼 ‘현재의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발버둥 친다고 장기간 국민을 대상으로 기망한 온갖 죄와 허물이 합리화되고 덮이지 않는다. 그의 주장대로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는 게 아니라 평소에 뿌린 그대로 거둔 것이다. 

이런 날이 진작이 올 줄 이미 예견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중‧자숙하며 통렬하게 반성하라. 진심으로 참회하고 국민에게 용서를 빌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서도 한 인간으로서 애도하고 눈물로 용서를 빌라. 그게 기망당한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다. 저 세상의 노 전 대통령도 ‘악어의 눈물’ 말고 진짜 눈물로 하는 진정어린 사과라면 받아들일 것이다. 그래야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국민들의 아픔도 치유된다.”

1996년 9월10일 새정치국민회의 중앙당 당사에서 종로 선거구 부정선거 양심선언 기자회견 중인 김유찬 전 비서관. 김유찬 대표 제공
◆“김재정 사장 부동자세로 보고...참모들 다스는 MB 것 다알아”

―검찰 수사 결과 다스의 실소유가 이 전 대통령으로 드러났는데.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가까이 있는 이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1996년) 서울 종로 선거를 치르면서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 김재정 다스 사장이 수시로 영포빌딩 임대료 징수현황을 보고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시하면 이모 비서관이 영포빌딩으로 가 김 사장에게 돈을 수령해 오고...매일 같이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형 이상은씨의 회사라면 아무리 친동생이라도 자기 마음대로 회삿돈을 마구 가져다 선거판에 쓸 수 있겠는가. 

실제로 나는 여러 차례 김 사장이 부동자세로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장면을 보곤 했다. 권영옥씨(김재정씨 부인 권영미씨의 오빠)도 사석에서 여러 차례 ‘내 여동생이 정말 그 많은 땅 소유주고 그 회사(다스)의 대주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푸념처럼 이야기한 적이 많다. 당시 다스는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는 건 참모들 사이에서는 비밀도 아니었다.”

홍콩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빌딩인 ICC 내 SIBC사무실에서 대만 국적의 한 투자자와 전략회의를 하고 있는 김유찬 대표. 옆 여성은 홍콩 국적의 중국어 통역 직원이다. 김유찬 대표 제공
◆“MB ‘김유찬에겐 IBC 안준다’고 말했다 들어”

―2000년대초 상암 IBC(국제비즈니스센터) 사업을 할 때 이 전 대통령 측에서 방해했다고 하는데.

“1996년 종로 부정선거 양심선언 이후 1998년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2년 동안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이름과 얼굴이 전국에 알려져 취직도 쉽지 않았다. 국회도서관을 집무실 삼아 낭인처럼 지냈다. 3000원짜리 도서관 구내식당 밥을 먹고 악착 같이 미래를 준비했다. 2002년 말 우연치 않은 계기에 미국 부동산 투자개발 및 중계회사인 NAI(나이)그룹의 한국대표를 맡게 됐다. 

당시 가액기준 연 275억 달러(약 30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세계적인 부동산 네트워크 그룹이었다. NAI 그룹이 2003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차 주주총회를 개최했고, 나는 한국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곳에서 NAI 그룹 제랄드 핀 회장(Gerald C. Finn)을 만나 한국에 투자해달라고 했다. 당시 내가 주목하고 있던 사업은 상암동 DMC단지 내 137층 초고층빌딩 사업. 외자만 유치해 오면 국방부 고도제한도 서울시가 앞장서서 풀어준다고 했고 건폐율이 1000%가 넘는 등 많은 행정적 지원 혜택이 있었다. 

귀국행 비행기 탑승 3시간 전 제랄드 회장 명의의 1조6000억원 상당의 투자의향서(Letter of Intent)를 손에 쥘 수 있었다. 2003년 8월 어느 날이었다. 서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을 때 이 외자를 들여오는 핵심 인물이 김유찬이라는 사실을 알면 훼방을 놓지 않을까 걱정됐다. 공교롭게도 그리됐다. 당시 해당 사업 주무관 N모씨는 현재 서울시도 초고층빌딩 건립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외자유치를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김유찬 당시 NAI 대표가 추진하려고 했던 137층 초고층빌딩 조감도. 김유찬 대표 제공
이 전 대통령의 방해를 우려해 일체 전면에 나서질 않았고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를 전면에 내세웠다. 2002년 12월 이 전 대통령과 외국기업협회(FORCA)간에 해당 부지에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다는 양해각서가 서명날인 교환됐고, 2003년 8월 내 회사인 서울IBC 주식회사와 한국외국기업협회(FORCA)간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서를 체결해 뒀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차에 갑자기 N주무관이 나를 찾았다. 갑자기 시장이 해당 사업을 공개 입찰방식으로 바꾸라고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내가 NAI 그룹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자 갑자기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바꿨다는 거다. 외자 유치가 너무 안 돼 내부적으로 수의계약으로라도 추진했던 것인데 갑자기 이 시장이 나를 인지하자마자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N주무관이 설명해줬다. 결국 NAI 그룹에서 구태여 경쟁까지 해가며 땅을 사 개발할 의사가 없음을 내게 통보했다. 나만 중간에 참 똥이 돼 버린 셈이었다. 느닷없는 결정번복으로 13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IBC 사업은 결국 좌초되지 않았는가.

“문제는 그 이후였다. 최종사업권을 따낸 업체는 바로 밀레니엄빌더(Millenium Builder‧MB)사가 주측이 된 S컨소시엄이었다.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의 청년조직을 담당한 친구였다. 나중에 이 사람을 서울 역삼동에서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이 ‘김유찬에게는 절대 이 사업권을 안 준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네를 한번 밀어줄 터이니 해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서울시와 토지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0%를 납부하는 등 실제 사업을 진행하는가 싶더니 토지계약금 잔금 90%를 동원하지 못해 사업권이 결국 취소됐다. S컨소시엄은 서울시와 계약금 반환소송을 했고 패소해 400억여원을 국고로 귀속되는 불운을 당했다는 소식을 나중에 언론을 통해 듣게 됐다. 현재까지 해당 부지는 잡초만 우거진 채 을씨년스럽게 방치돼 있다.”

김유찬 대표가 쓴 [이명박리포트] 표지. 김유찬 대표 제공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 소리...MB 해외비자금 정보도 있어”

―이 전 대통령과 관련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의혹은 없나.

“이미 수많은 혐의로 사법적 심판을 받기 위해 구치소에 갇힌 사람을 두고 추가 의혹을 밝힌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만 그의 재임기간 중 벌어진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흔적도 없이 해외에서 ‘사라진’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끝까지 추적하고 그 정책적‧행정적‧법적 책임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나라곳간’을 거덜냈기 때문이다.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을 100조원 이상을 날렸다. 

98%가 물인 죽은 유정에 불과한 폐유전인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에 조단위를 쏟아 붓는 등 국민 혈세 도적질을 한 이명박정권이다. ‘도적떼 정권’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괜히 나왔겠는가.”

―이 전 대통령은 돈에 대해 상당히 밝으신 것으로 알려졌는데.

“혹자는 이 전 대통령은 워낙 그 분야에 출중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빼돌려진 거액의 혈세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랜 기간 외자분야를 다루다보니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MB관련 정보, 특히 해외 비자금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게 적지 않다. 워낙 해외에서 은밀하게 진행된 부문들이긴 하지만 하늘 아래 숨겨질 것이 어디 있겠는가.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열정을 갖고 매달리다보면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큰 거액의 해외비자금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조성되고 은닉돼 있는 등 MB에 의해 저질러진 천문학적 비리들이 드러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하자.”(계속)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영상=이우주 기자 spac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