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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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대란 또 긴급 대책… 환경부 ‘오락가락’

고형연료 사용 제한 방침 뒤집고 / 행정처분 등 규제 완화 검토 / 대란 주범인 폐비닐 활로는 막아 / 文대통령 “국민께 불편끼쳐 송구”
재활용 쓰레기 수거 혼란이 정상화에 들어간 3일 오전 강원 춘천시 혈동리 환경사업소 뒷마당에 압축 재활용품 더미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쓰레기 대란’으로 궁지에 몰린 환경부가 또 긴급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폐비닐 문제 해결에 턱없이 부족하고 고형연료(SRF)를 놓고서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지난 5일 대응방안을 발표하려다가 이낙연 국무총리한테 질책을 당하고서도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이고 종합적인 폐기물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

환경부는 10일 쓰레기 대란의 주범인 폐비닐 처리와 관련해 수도권 매립지 등에 수거된 폐비닐 보관 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중 법령을 개정해 잔재물 소각처리 비용을 낮추기로 했다. 지금까지 폐비닐 선별과정에서 나온 잔재물은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됐지만, 시행규칙을 개정해 ‘생활폐기물’로 분류할 방침이다. 이렇게 하면 소각 비용이 5분의 1로 줄어든다.

환경부는 또 최근 가격이 급락한 폐지를 제지업체가 긴급 매수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페트병 등 생산자가 포장재 재질·구조 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을 만들면 분담금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관련 규정은 있지만 의무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2016년 페트병 심의를 받은 제품은 0.09%에 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폐비닐 수거 거부의 직접적인 원인인 재활용 단계의 ‘병목 현상’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재활용업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나서 수거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수거한 비닐이 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폐비닐이 SRF 제조업체와 사용시설(발전소 등)로 원활히 흘러가야 하는데 그 길이 여전히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날 SRF 제조업체에 대해 품질기준 위반 시 행정처분을 경감하고, 검사주기를 늘려주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오염을 우려해 SRF 규제를 강화해온 방침에서 돌아선 것이다. 정부는 2014년 SRF 제조 환경기준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수도권과 소규모 사업장의 SRF 사용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SRF 제조와 사용을 모두 까다롭게 한다는 취지였다.

최근 이 SRF 기준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폐비닐의 종착지는 SRF인데 대안 없이 SRF를 규제한 탓에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 환경 보호와 폐비닐 처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환경기준을 강화하되 SRF 등 폐비닐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반대로 환경기준을 풀고 폐비닐 퇴로는 여전히 막는 쪽을 택한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SRF의 환경기준은 강화하는 게 맞고, 대신 사용시설 지원을 통해 SRF의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며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SRF의 (사용 제한을 위한)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완화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폐기물 수거 거부와 관련해 “국민께 불편을 끼쳐드려 송구스러운 마음”이라며 “혼란 발생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의 대응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윤지로·박성준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