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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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어떻게] 락토프리 우유시장 장악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

점유율 98% 압도적 1위…배 아픔 없이 누구나 편하게 음용
차별화된 LF공법 도입…저지방·멸균 등 신제품 지속 출시

사진=매일유업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우유를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우유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통해 탄생한 우유가 매일유업의  '소화가 잘되는 우유'다.  건강을 위해 마시긴 했는데 왠지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에 착안해 제품 개발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권 성인의 80%가 우유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을 겪고 있다. 유당불내증은 소장에서 유당분해효소 결핍으로 우유 중의 유당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유 본연의 맛과 영양을 유지하면서 소화까지 잘되게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여러번의 시행착오 끝에 우유에서 유당만을 선택적으로 없애도록 한 선진 공법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제품 개발 후 상품명을 놓고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이런저런 화려한 상품명도 거론됐지만 제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이름을 택하기로 결정했다. 그럴싸한 제품명 보다는 누구나 소화가 잘 되는 락토프리 제품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2005년 출시 이후 13년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에서 97.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선진 공법으로 유당만 제거…맛·영양소 모두 유지

사진=매일유업

"배가 아파서 우유를 마시지 못하는 소비자도 마실 수 있는 흰 우유를 한국에서도 개발해보자는 아이디어에 따라 이미 락토프리 우유가 널리 보급된 해외시장 파악에 나섰습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제품을 개발하던 당시 미국과 유럽 등 낙농업이 발달된 국가에서는 유당불내증과 관련한 인지도가 높았지만 국내에선 알려지지 않았다"며  제품 개발 당시를 회상했다.

유당을 제거하기 위한 공법을 고민하던 매일유업은 낙농 선진국인 핀란드 발리오(Valio)사의 LF(Lactose Free·락토스 프리) 공법에 주목했고 연구 끝에 이를 도입했다. LF공법은 '한외여과' 방법과 '효소 가수분해' 방법을 동시에 사용한 공법으로 우유에서 유당만을 선택적으로 없애도록 한 선진 공법이다.

기존의 유당분해효소만을 사용한 제품은 유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단맛이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반면 LF공법을 적용하면 우유 본연의 맛과 영양은 그대로 간직하고 소화를 쉽게 하도록 돕는 장점이 있다.

이 관계자는 "매일유업은 우유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고자 여과기술을 사용해 유당을 제거해 우유의 풍부한 영양성분과 맛은 그대로 살렸다"며 "몸 속 유당분해효소 감소로 우유 섭취 후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유당불내증을 겪는 사람도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는 제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 락토프리 대중화…타깃 확대· 제품 질 개선
사진=매일유업

누구나 건강하게 우유를 마시게 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소화가 잘되는 우유'가 만들어졌지만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제품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은 매일유업의 또 다른 과제였다. 흰 우유가 이미 대중화한 상태에서 프리미엄 우유인 락토프리 우유를 널리 알리는 데 많은 시간과 열정이 필요했다.

매일유업은 락토프리 우유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면서 동시에 유당불내증과 락토프리 우유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5년 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장영운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유당불내증 증상 완화에 락토프리 우유 섭취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장 교수팀은 나중에 '유당불내성 한국성인에서 유당제거우유의 유용성'이란 주제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영운 교수팀은 연구를 위해 5개월에 걸쳐 경희대학교병원 내과 방문자 중 평소 유제품 섭취 시 소화기 증상이 있는 만 35세 이상 70세 미만의 정상 성인들을 모집하고 이들 중 유당불내증으로 진단된 최종 31명을 선발했다. 두 차례에 걸쳐 일반우유와 유당제거우유를 마신 후 소화기 증상 변화 및 유당불내증 진단에 쓰이는 호기수소검사 결과를 비교했으며 그 결과 호기수소검사의 결과치 및 복통, 복명, 설사, 방귀 등 소화기 증상에서도 모두 유의미한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당제거 우유 섭취가 유당불내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장 교수는 "유당불내증으로 유제품 섭취를 피하면 우유에 들어있는 다양한 영양소와 칼슘 섭취가 부족해 지기 쉽고, 연령이 높아지면서 골다공증 발생 위험도 커질 수 있다"며 "유당분해우유가 유당불내증으로 인한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을 감소시킨 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평소 우유를 마시면 불편함을 느낀 사람도 유당분해우유로 칼슘과 비타민 등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락토프리 우유의 대중화를 위해 제품 타깃 층을 특정 연령대 소비자에서 온 가족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제품도 꾸준히 개선했다.

매일유업은 제품 출시 초창기에 우유 소화를 걱정하는 성장기 어린이나 예민한 수험생, 칼슘 섭취가 필요한 어르신, 성인병 걱정이 되는 중년층 등 우유 때문에 배탈이 나거나 속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우유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지금은 유당불내증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속이 편안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온 가족 우유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칼슘 섭취량이 부족한 한국인들의 특성을 반영해 일반우유 대비 2배 이상의 칼슘을 함유시켰다.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930ml, 180ml 용량과 함께 지방 함량을 일반우유 대비 반으로 줄인 '소화가 잘되는 우유 저지방 930ml'를 선보였다. 상온 보관이 가능한 '소화가 잘되는 우유 190ml' 멸균 제품도 판매해 섭취와 휴대의 편리성을 더욱 높였다.

◇ 락토프리 우유시장 리딩브랜드로 자리매김

매일유업의 이러한 노력으로  '소화가 잘되는 우유'가 락토프리 우유 시장을 이끄는 리딩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닐슨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최근 기능성 우유과 관련한 소비자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락토프리 우유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현재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국내 락토프리 우유 시장점유율 97.7%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인의 건강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우유라는 확고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셈이다.

매일유업은 최근 '우유원샷 캠페인', '대규모 락토프리 체험단'을 진행하고 커피전문점에서도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를 마실 때 락토프리 우유를 선택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 락토프리 우유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매일유업은 프리미엄 커피 전문점 '폴 바셋(Paul Bassett)'을 포함해 다양한 카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 구매 시 일반우유 대신 락토프리 우유를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매일유업은 독거노인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의 '우유 안부 캠페인'에도 참여해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중이다. 이 캠페인은 독거노인 가정에 배달된 유제품이 2개 이상 방치됐을 경우 배달원이 가족이나 주민센터 등 유관기관에 통보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비상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공헌활동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앞으로 '소화가 잘되는 우유'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소화가 잘되는 우유'의 경우 출시 이후 저지방, 멸균 우유를 내놓고 폴 바셋에서 락토프리 우유를 넣는 등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상품을 출시했듯이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이 나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