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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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분담금 못 미친 지원금…폐비닐 대란 키운 EPR제 허점

폐비닐 대란 키운 EPR제 허점… 환경부 ‘수수방관’/일회용품 생산자, 수거업체 지원/폐비닐 경우 업체 수 너무 많아/지원금서 빠지는 ‘준비금’ 과다/생산자 분담금, 업체에 제대로 안가
비닐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한 기업 부담 분담금이 실제 재활용업체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닐 재활용 현장에서 오랫동안 지원금 부족을 호소했는데도 환경부와 관련 기관이 나서 해결하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직무유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최근 4년간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분담금 및 지원금 현황’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17년 분담금은 40.7% 증가했다. 하지만 지원금은 26.2% 느는 데 그쳤다. EPR제도는 비닐이나 페트 같은 포장재를 쓰거나 만든 생산자가 분담금을 내면, 그 분담금을 재활용 업체에 지원하는 것이다.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려는 취지다.


“비닐 분리배출 하세요” 공동주택 재활용품 분리배출 실태를 점검하러 나온 서울시 단속반원이 11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종량제 봉투에 비닐 등이 담긴 쓰레기에 계고장을 붙이고 있다. 최근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대란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는 폐비닐이 쌓이는 등의 문제가 일고 있다.
연합뉴스
 

페트(무색)의 경우 같은 기간 분담금과 지원금 각각 30.4%, 30.6%로 비슷하게 늘었다. EPR에 속하는 10여개 품목 전체를 놓고 봐도 2014∼2017년 분담금과 지원금 증가율은 각각 37.8%, 37.3%로 대동소이하다.

유독 비닐 지원금만 찔끔 늘어났다. 그 결과 분담금과 지원금의 차액은 2014년 46억원에서 지난해 126억원까지 벌어졌다. 이는 지난해 비닐 지원금 단가(㎏당 262원)를 감안하면, 약 4만8000여t의 폐비닐 처리를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분담금을 산정할 땐 지원금뿐 아니라 각종 운영경비와 ‘부과금준비금’까지 고려한다”며 “2014년 품목에 관계없이 모든 생산자가 준비금을 n분의 1로 내기로 합의해 업체 숫자가 많은 비닐 관련 준비금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품목보다 비닐 생산자가 내는 준비금이 많아 분담금이 늘었고, 지원금과 격차도 벌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준비금은 생산자가 재활용 목표율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내는 과징금 성격의 ‘부과금’을 예치해 두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비닐은 매년 의무율을 120%에서 많게는 147%까지 초과달성한 품목이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품목에서 많은 양의 과징금을 부담한 것도 모자라 정작 지원금이 흘러가야 할 재활용업체에는 충분히 자금을 흘려보내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재활용 현장의 지원금 부족문제를 풀 여지가 있었는데도 환경부와 관련 기관이 수년간 수수방관하다 쓰레기 대란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재활용 실적에 따라 준비금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며 “그래서 준비금 총액 중 비닐생산자가 내는 비율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33%로 줄었다”고 해명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현재 비닐 재활용이 안 되는 이유는 폐비닐 수익도 없는데, 지원금마저 부족한 상황이 작용했다”며 “지원금을 늘려 재활용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