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축제’인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폐막한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이 대회를 계기로 장애인을 향한 국민적 관심이 ‘반짝’ 높아졌지만, 장애인 인권과 복지 부분에는 ‘사각지대’가 곳곳에 자리한다. 특히 장애인들은 ‘이동할 권리’, ‘문화를 누릴 권리’, ‘투표할 권리’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 “우리는 왜 안 되죠?” 그들의 물음에 이제 답해야 할 때다.
장애인의 하루는 ‘이동권’ 때문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장애인은 일상생활을 하려면 비장애인보다 몇 곱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장애인은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14년째를 맞았지만 장애인들은 ‘모든’ 교통수단을 온전히 이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저희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에요.”
지난 13일 장애인의 이동권 현실을 살펴보고자 만난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의 김광이 대표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인 김 대표는 “지난겨울 어느 추운 날,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인 ‘장콜’(장애인 콜택시의 줄임말)을 5시간 동안 기다린 적이 있다”며 “그날 제 하루는 19시간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장콜’은 대기시간이 길고 예약이 어려워 사용에 제한이 많다.
성신여대입구역에 전철이 도착해 스크린도어가 열리자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엄청난 간격이 눈에 들어왔다. 전동휠체어를 탄 김 대표가 조심스럽게 전철 출입문으로 다가가다 “이거 아무래도 힘들겠는데요”라며 난감해했다. 기자와 승객 1명이 전동휠체어의 앞부분 지지대를 들어 전철 안에 앞바퀴를 내려놓고서야 김 대표는 온전히 전철에 탈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탈 때도 문제지만 내릴 때도 어려움이 많다”며 “최근 장애인 한 분은 전동차·승강장 사이의 간격에 바퀴가 걸리면서 휠체어가 쓰러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1호선으로 전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환승 경로에 관한 표시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환승을 위한 이동구간도 비장애인보다 복잡했다. 15일 장애인이동권 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가 지난해 1년간 서울 지하철역 20곳의 40개 구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장애인에 비해 가장 긴 휠체어 환승 시간을 기록한 곳은 교대역(22분·비장애인의 11배), 신당역(40분·10배), 건대입구역(25분·8배) 등이었다. 환승 때 통행 불편 요소가 가장 많은 곳은 온수역과 노원역(각각 개찰구 2회 통과, 엘리베이터 4회 이용)이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