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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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학종 vs 수능 적정비율 모색…'금수저·깜깜이 전형' 사라질까?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시안이 발표됐습니다. 대입 개편시안은 원래 지난해 8월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절대평가 확대를 목표로 한 방안에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1년 유예돼 이달 11일 발표된 것입니다. 개편시안은 7개월동안 교육전문가들이 참여한 정책자문위원회의 연구와 자문, 국민 여론 등을 수렴해 제시한 것으로 교육당국도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편시안에 학생부종합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전형 간 적정비율을 모색하고, 수시·정시를 통합해 실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은 올해 대입에서 수시가 76.2%에 달할 정도로 급격하게 확대된 가운데 학종을 놓고 이른바 '깜깜이·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다만 교육현장에서 논란이 된 주요 쟁점을 망라해 백화점식 개선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개편시안의 핵심사안으로 예상됐던 수능 절대평가 전환여부에 대해 가부간 결정을 미룬 채 △전 과목 9등급 절대평가 전환 △현행 상대평가(일부 과목 절대평가) 유지 △변별력 강화를 위한 수능 원점수제 도입 등 각종 대안을 모두 제시한 게 단적인 예입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여당의 입장을 고려하는 등 지나치게 정치적 측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10년 넘게 수시모집 확대를 추진해온 교육부가 최근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을 늘려달라고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전화를 건데 이어, 이번 시안에서 수능전형 비율 확대 방침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육부 개편시안 이송으로 대입제도 개편의 최종 결정은 이제 국가교육회의의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번 개편시안에 대한 문제점 등 다양한 비판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숙의·공론화 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최종 입시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논의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공청회와 여론조사 등 여론을 다양하게 수렴할 수 있는 방안도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대입에서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을 줄이고, 수시모집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유지해달라는 요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교육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공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만큼, 정시모집 축소를 불러올 수 있는 수능 절대평가 추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대평가(영어·한국사 제외)인 수능을 등급제 절대평가로 바꿀 경우 수능의 변별력이 줄어들면서 정시모집이 축소되고, 학종 전형을 위주로 한 수시모집이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다 포기하고, 수능 개편을 1년 미룬 것도 학생·학부모들의 이런 우려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런 여론을 고려해 이번에 수능 절대평가의 단점에 대한 대안도 들고 나왔다. 전 과목 1등급 학생 등 동점자가 많아져 학생 변별이 어려우면 대학에 학생들의 원점수를 제공해 동점자 처리를 돕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은 원점수 1점을 더 따기 위해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평가를 하는 의미가 상당히 퇴색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절대평가 추진에 대한 부담이 반영된 듯 교육부는 예전보다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습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수능 절대평가가 정부 기본입장이라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국가교육회의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외에 다른 안을 선택한다면 존중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정시모집 확대 여론이 큰 만큼 정부가 절대평가를 검토하면서도 무산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미리 퇴로를 열어둔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학생·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해 여론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막상 7∼8월이 되면 수능 절대평가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 개편시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별 고사의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학별고사는 각 대학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전형 요소다. 학종에서의 대학별 인재상과 같은 개념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 전과목을 절대평가할 경우 수능 변별력 약화로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한 논술 등 대학별고사를 활용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럴 경우 현재와 같은 수능 중심 전형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수시·정시 통합 문제는 3학년2학기 수업 변화뿐 아니라 대입제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2022학년도 입시를 치르게 되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경우 혼란스러워하기 보다는 8월까지 최종안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중3 입장에서는 우선적으로 내신 관리에 중점을 두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경우 수능을 통한 정시 문호가 넓어질 수 있다"며 "끝까지 희망을 갖고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시모집 인원 확대…학종전형 모집인원도 늘어날 듯

교육당국이 주요대학에 2020학년도 정시모집 확대를 요청했지만, 학종전형 모집인원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특기자·논술전형 축소 방침에 따라 대학들이 이들 전형으로 뽑아왔던 인원을 줄이고, 학종을 늘렸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주요 7개 대학에 따르면 이들 대학은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르는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정시모집으로 5600명가량(정원 내·서울캠퍼스 기준)을 선발할 계획이다. 모집인원의 30.4% 수준이다.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 세부계획은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심의하고 있다.

최근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주요대학에 학종전형의 급격한 증가세와 정시모집 축소 기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이들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은 2019학년도(약 4900명/26.5%)에 비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학은 정시모집을 늘리면서 학종전형도 같이 늘릴 예정이다. 7개 대학이 2020학년도 학종전형으로 모집하는 인원은 7400명가량(정원의 약 40.0%)으로 2019학년도(약 7000명/37.6%)보다 400명가량 늘어난다.

학종전형 비율이 모집인원의 60% 이상인 서울대와 고려대는 '학종 쏠림'에 대한 논란을 우려한 듯 대교협이 각 대학의 입학전형 세부계획을 승인하는 이달 말까지는 학종전형 모집인원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대학은 학종전형을 대폭 축소할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신뢰도 논란이 큰 학종전형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사교육 유발을 우려, 특기자·논술전형 축소·폐지를 유도하면서 이들 전형의 모집인원이 상당 부분 학종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20학년도에는 연세대·서강대 등 일부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수능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함에 따라 실제 정시모집으로 입학하는 인원은 전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이 대거 탈락하거나 미등록 학생들이 많아 모집인원을 다 채우지 못하면, 대학은 이 인원만큼을 정시모집에서 더 뽑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능 최저 기준을 폐지할 경우 정시 이월 인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