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KDI 겸임연구위원)가 최근 발표한 ‘청년의 성공요인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이 뽑은 성공요인 1순위는 ‘부모의 재력’(50.5%)이었다. ‘재능’이나 ‘노력’이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본 중국, 일본, 미국 대학생들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3개국 대학생들은 2순위나 3순위로도 부모의 재력을 꼽지 않았지만, 한국 대학생들은 성공요인 2순위로 ‘인맥’(33.5%)을 골랐다. 서울 한 명문대학에 재학 중인 장모(24·여)씨는 “비슷한 성적으로 같은 학교에 입학했지만 집안사정에 따라 어학연수 같은 해외경험과 어학능력은 천차만별“이라며 “그러다 보니 같은 출발선에 있었던 친구들이 졸업할 때가 되니 각자 위치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숨을 지었다.
실제로는 어떨까. 지난해 7월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직업계층 이동성과 기회불균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아버지가 ‘1군 직업’(입법공무원, 고위공무원, 기업 임원 및 관리자, 전문가)에 종사할 경우 자녀도 1군 직업을 가질 확률이 32.3%로 나타났다. 반면 이들의 자녀가 판매종사자 등 ‘3군 직업’(서비스 종사자, 판매 종사자, 농업 및 어업 숙련종사자, 단순노무 종사자)을 가질 가능성은 13%로 낮았다.
아버지가 3군 직업일 경우 자녀도 3군 직업을 가질 확률은 24.1%였다. 이는 1군과 2군 직업(기술공 및 준전문가, 사무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을 가진 아버지에 비해 3∼11%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계층 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일반의 인식을 뒷받침한다. 고소득층 청년들은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면서 ‘스펙’을 쌓아가지만 저소득층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느라 상대적으로 취업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고, 고연봉의 일자리에 취업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저소득층의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하던 교육이 최근 오히려 계층 고착화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진영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자녀의 학력이 부자간 소득계층 대물림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소득계층 상위 50%인 아버지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자녀의 학력이 1년 증가하면 부자간 부의 대물림 확률은 5.7∼7.0% 증가했다. 반대로 소득계층 하위 50%인 아버지의 표본을 분석한 결과 자녀의 교육연수는 빈곤의 대물림 확률과 관련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즉 교육은 고소득층에게는 세대 간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세대 간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교육 푸어(poor)’ 계층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입시나 취업 전형이 복잡해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교육받을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소득 이동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교육의 계층이동 사다리 역할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하위권 부실 대학 퇴출과 같은 교육 거품 현상을 제거할 정책적 노력도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