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글로벌 회계·컨설팅회사 EY의 ‘핀테크 도입지수 2017’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온라인 이용자 중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 비중은 32%로, 20개 국가 중 12위에 그쳤다.
도입률 1, 2위를 차지한 중국(69%), 인도(52%)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세계 평균(33%)보다 낮은 수준이다.
컨설팅 그룹 KPMG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도 한국 기업은 간편송금 서비스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 1개만 포함됐다. 미국 기업은 19개, 호주 기업은 10개, 중국 기업은 9개, 영국 기업은 8개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 핀테크 기업 수는 2013년에 62개에 불과했지만 2014년 70개, 2015년 108개, 2016년 167개, 지난해 말 223개로 증가했다. 분야별로는 지급·결제가 41%로 가장 많고 P2P(개인 간)금융 39%, 로보어드바이저·자산관리가 13% 순이다. 기업 수는 늘고 있지만 규제 탓에 성장성은 미약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도록 하는 은산분리 정책이 핀테크 산업 확장을 막는 대표적 규제로 꼽힌다. 핀테크 업체가 금융업을 하기 위해 승인 심사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최소자기자본 등 요구하는 요건이 많아 진입장벽도 여전히 높다. 금융산업의 기존 영역을 신생 핀테크 기업이 파고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는 핀테크 혁신을 촉진할 규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시켜 주는 ‘규제샌드박스’ 등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중국은 한때 금융 후진국이었지만 핀테크 혁신이 일어나면서 금융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제한을 최소화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정부 규제 정책과 금융서비스 수요 증가에 힘입어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민영기업의 온라인 지급결제 등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은 금융감독청(FCA) 주도로 핀테크 기업의 인가업무를 컨설팅해 주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적 금융 상품을 규제 제한 없이 실험·운영할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통화청(MAS) 내에 전담기구를 마련해 핀테크 원스톱 지원센터를 마련하고, 세계 최대 규모 핀테크 허브를 조성했다.
전문가들은 핀테크 기업들이 해외시장을 포함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핀테크지원센터장)는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 소비자의 욕구, 규제완화, 기술발전이 동시에 있어야 하는데 기존 금융서비스 영역에서는 모든 것을 갖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핀테크 규제 개선을 위해 국내 핀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이달 중 설문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설문조사는 지급·결제, 크라우드펀딩, P2P금융, 로보어드바이저·자산관리, 보안·인증 등 영역에서 활동하는 핀테크 기업 30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