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에 ‘리비아식’ 일괄타결이나 소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원칙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오바마 대통령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 ‘1년 내 비핵화 완료’, ‘핵 폐기 때까지 제재’ 등과 같은 메시지를 통해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 |
사실 현재 흐름에서 주변국의 우려는 똑같다. 한반도 문제, 특히 비핵화 논의에서 ‘왕따’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변국 모두가 남북정상회담의 향방에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미·중은 자신의 룰을 강요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은 시리아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미국은 결단력 있는 군사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에 강력한 경고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한편으로는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방북에서 보듯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교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중국도 미국 못지않게 전략적으로 대북 접근에 임하고 있다.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의 속내를 잘 보여줬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미국이 국제적인 통제 메커니즘을 확대하려는 데는 매우 비판적이다. 이에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기반이 확고해지자 대미 관계에서도 나름의 반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격적으로 북·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을 봐도 중국은 북한보다 미국에 더 깊은 불신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간섭에서 못 벗어나면 대북 영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즉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우려한 측면도 있다.
이 와중에 가장 불안을 느끼는 나라는 일본이다. ‘모리카케 스캔들’로 위기에 처한 아베 신조 총리를 일본 국민이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대북 강경정책론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의 흐름에서 ‘재팬 패싱’(일본 배제)이 나타날 수도 있기에 일본으로서는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결정했을 때부터 일본의 태도가 달라졌고, 남북대화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의 행동은 두 가지 패턴을 보였다. 2002년 북·일 정상회담과 같이 대북 행동에 나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 하거나, 6자회담에서처럼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며 비핵화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 모두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아야 한다.
각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소외되는 것을 우려하는 한 우리로서는 나름의 외교적 역할 공간과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강대국인 미·중에게 한국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예방외교는 필수적이다. 일본과 같이 소외감을 느끼는 국가에 협력외교를 함께 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영민한 외교를 통해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노력이야말로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변수를 관리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