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일 평양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는 20일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ICBM 발사시험 중단 및 북부 핵실험장(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결정서(‘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로선(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노동당은 결정서를 통해 △핵무기 병기화의 믿음직한 실현 엄숙 천명 △핵·ICBM 시험중단 및 북부 핵실험장 폐쇄 △핵실험 중지는 세계적 군축을 위한 주요 과정이며 핵실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합세 △핵 위협이 없는 한 핵무기 불사용 및 핵무기·기술 불이전 △경제와 인민생활의 획기적 제고에 전력집중 △주변국 및 국제 사회와의 연계·대화 적극화를 선언했다.
결정서 채택 만장일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주석단 왼쪽 두 번째) 등 조선노동당 중앙위원들이 20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오른손을 들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과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선언한 결정서 채택에 만장일치로 찬성하고 있다. 주석단 왼쪽부터 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맨왼쪽 황병서 자리는 치워지지 않고 빈자리로 남아 있어 완전히 숙청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 발표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종전(終戰)선언·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을 논의할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조만간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매우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방한한 수전 손턴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매우 긍정적(positive)”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으로 전환은 일단 진전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핵 개발과 관련해 제도적, 정책적으로 3가지 동력(動力)을 갖고 있었다. 2012년 헌법의 핵보유국 지위 삽입, 2013년 3월 당 중앙위 제6기 제23차 전원회의에서의 핵·경제 병진노선 채택, 2016년 5월 당 대회에서의 핵보유국과 항구적인 핵·경제 병진 노선을 핵심으로 하는 당 규약(規約) 채택이 그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 인사들은 이 3가지 사례를 예로 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노선 변화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조치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북한의 ICBM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 미확보 등의 이유로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ICBM 추가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한 것은 북·미 대화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앞으로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에 큰 위협으로 간주되는 북한의 ICBM 능력 완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선언은 미국 행정부에 매우 반가운 소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가 지난 2월8일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김민서·박성준 기자,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