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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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저가 위스키로 만든다고? '이젠 옛말'"

하이볼은 위스키에 소다수를 탄 칵테일의 일종입니다. 위스키의 향과 맛을 살리면서 알코올 도수를 낮췄고, 소다수의 풍미를 더했습니다. 산토리는 2008년부터 위스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일반 식당에서도 하이볼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하이볼은 국내에서 인기를 끈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일본 산토리사의 중저가 위스키 '가쿠빈'(角瓶)을 사용한 '가쿠 하이볼'이 유명합니다. 산토리의 공격적인 마케팅 때문에 하이볼은 꼭 가쿠빈(가쿠하이볼)으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이볼은 어떤 위스키로 만들어도 상관없습니다.

누구나 집에서 쉽게 하이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유리잔에 얼음을 가득 채운 뒤 위스키 40ml를 따릅니다. 그런 뒤 탄산수 200ml를 채우고, 하이볼 온도가 일정해지도록 스티어러(젓가락)로 가볍게 저어주면 됩니다. 술과 음료의 비율은 1대 5가 적당합니다. 소다수, 탄산수 등과 마실 때는 레몬 원액을 넣어서 즐기기도 합니다. 가정용 냉장고의 각얼음은 너무 빨리 녹아서 금세 하이볼이 밍밍해집니다. 큰 원 모양으로 얼음을 얼리면 여유 있게 하이볼을 마실 수 있습니다.

하이볼의 기원이 언제이고,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영국에서 ‘잔’을 뜻하는 ‘볼(Bowl)’에서, 또 다른 누군가는 ‘열차 플랫폼에 높이 떠 있는 풍선’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1882년에 초판이 출판된 해리 존슨의 '바텐더 매뉴얼'에 등장하는 것에서 그 역사의 길이를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이후로 하이볼은 꽤 유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03년 3월25일자 뉴욕 타임스에서는 ‘스카치 하이볼(The Scotch Highball)’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으며, 탄산수를 첨가한 스카치위스키, 즉 하이볼을 ‘상당히 안전한 마실거리’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호사가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하이볼의 인기가 높았던 것은 미국의 금주법 시대였습니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목을 축일 방법이기도 했지만 물이나 주스처럼 보이는 하이볼로 몰래 술을 마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1925년에 출간된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시대가 무색할 정도로 주인공들이 일상적으로 술을 마시는데, 그 술이 바로 하이볼입니다. 이후에도 하이볼은 여러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합니다. 이렇게 등장하는 하이볼은 취하기 위한 술이기보다 특유의 이완된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전세계 1위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의 개성에 청량감이 더해져 맛과 향이 한층 풍부해진 ‘글렌피딕 하이볼’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중 국내 최초로 하이볼 캠페인을 선도하고 있는 글렌피딕은 전국 100여개 이상의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소개되고 있으며, 초기 반응이 좋아 취급하는 업소 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간 하이볼은 저가 위스키를 베이스로 만들어 졌다면 글렌피딕 하이볼은 품질이 다른 싱글몰트 위스키 베이스의 하이볼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글렌피딕의 많은 위스키 중에서도 서양 배 맛이 감도는 신선하고 상쾌한 향의 글렌피딕 12년은 싱글몰트 위스키 애호가들의 첫사랑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글렌피딕 12년의 깊은 향과 부드러움은 탄산수와 만났을 때 더 청량하게 입 안으로 퍼져서 음식과의 궁합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위스키 시장은 9년 연속 감소하고 있지만, 주류업계에선 1인당 국내총생산(GDP)가 늘수록 고급 술도 비례해서 소비된다는 불문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주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부담 없이 위스키를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기호에 맞춰 음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제시해 어려움에 빠진 위스키 시장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