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10여분을 달려 부산 도심을 벗어나 금정터널(20.3㎞, 국내 최장 철도 터널)에 접어든 순간부터 평소보다 좀 과하다 싶은 소음은 가속도가 붙으면서 갈수록 심해졌다.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금정터널을 지나 천성산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휴대전화기를 꺼내 녹취를 시작, 2분 정도 계속했다.
4월7일 부산발 서울역행 KTX 206열차 특실 내 전경. 토요일이어서 그런 지 부산역에서 출발할 때는 승객이 한 명도 없었다. 부산=전상후 기자 |
“이거 녹음해서 인터넷에 좀 올려도 되겠냐”고 하자, “꼭 좀 올리세요. 그래야 보완이 되든지 하겠지요.”라고 의사를 표명했다.
KTX 경부선의 경우 전 구간에 70여개에 달하는 터널이 뚫려 있기 때문에 소음도가 조금 낮아지는 개활지가 나오나 싶으면 금방 또 터널이 나타나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임시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KTX 206 열차의 경우 객실 내부 소음도가 터널기준치 71㏈(개활지 66㏈ 이하)을 훨씬 초과하는 80㏈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기준치 자체도 주거지나 관광·휴양지구의 사업장 야간 기준치(45㏈ 이하)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불합리한 것이다.
부산발 서울역행 KTX 206열차 승차권. |
특히 KTX는 터널과 개활지 구분 없이 전 구간 40㏈을 밑도는 일본 신칸센의 쾌적함, 편안한 승차감, 정숙성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서울∼부산 간 새마을호에 비해 시간만 2시간 정도 단축되는 점을 빼면 승차감과 쾌적함이 훨씬 못하지만, 요금은 6만여원으로 서비스 수준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다.
더욱이 코레일은 14년 전인 2004년 4월 개통 전후에 소음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됐는데도 KTX-산천 등 한국형으로 개발한 KTX 2기 열차만 다소 소음도가 낮아지는 기술을 개발했을 뿐이다.
개통 초기 프랑스에서 알스톰사가 직접 제작해 들여온 14량 등 1기 고속열차에 대해서는 수많은 민원이 제기됐는데도 돈벌이에만 급급한 채 이용객에게 고통을 감내하라는 듯 지금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일본인 오오시마 노리코(51·부산 부산진구)씨는 “일본의 신칸센 실내는 매우 조용한 데, 한국 고속열차를 타고 있으면 터널 지날 때 탱크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일본 관광객들이 KTX를 이용, 경주나 서울로 많이 가는 편인데 소음을 줄일 수 있다면 더욱 기분 좋게 관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7일자 부산발 서울역행 KTX 206열차가 용산역에 도착, 승객을 하차한 뒤 종착역인 서울역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전상후 기자 |
한편, 안규백(더불어민주당·동대문 갑) 의원도 지난 2016년 9월 코레일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KTX 상당수 구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객차 실내소음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안 의원실에서 실제로 측정한 결과 (2016년 8월, 9월 중 두 차례), 개활지에서 최대 77dB(평균 71dB), 터널에서 최대 81dB(평균 73dB)이 측정돼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은 “코레일은 현대로템으로부터 차량 인수 과정에서 형식승인 절차상 실내소음을 한 번 측정할 뿐, 실제 운행 간에는 실내소음을 측정하고 있지 않다”며 “이 때문에 KTX 객차 실내소음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관리와 보완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고객의 소리’ 게시판과 국민신문고, 안전신문고, 고객콜센터 상담 등을 통해 매년 KTX 객차 실내소음 민원도 수없이 제기되고 있다.
KTX는 연간 6000여만명, 하루평균 약 18만명이 이용하고 있는 주요 교통수단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