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두 최고지도자의 만남마저 이곳에서 이뤄진다면 이는 엄청난 상징성을 지닙니다. 정상회담 장소로서 판문점은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많습니다.
지구 위에 마지막 남은 냉전 대결의 최전선인 만큼, 세계인들에게 판문점만큼 평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각인시킬 장소도 없습니다.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는 북미 간 비핵화 합의가 이곳에서 이뤄진다면, 후대에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길이 남게 될 것입니다.
완벽히 통제되는 장소라는 점에서 경호 문제에서 장점이 있으며, 언제든 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이라는 메리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접근이 용이합니다.
특히 회담 전후는 물론 회담 중에도 한미 간 긴밀한 조율이 가능한 곳입니다. 때에 따라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도 함께 남북미 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역사적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대해) 어느 정도 무게를 두고 있는지, 북한과의 조율을 끝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북미 간 원만한 협의가 이어져 판문점이 최종 낙착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북미 간에는 회담 장소보다 최대 난제인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충분한 사전 조율과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북미정상회담의 판문점 개최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판문점에서의 '한반도 빅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성공으로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의 땅'으로의 면모가 부각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이 만나 비핵화 합의에 대한 또 다른 선언을 도출한다면, 극적인 효과가 배가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향한 동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이는 종전선언을 위한 남북미 3자 판문점 회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경우 전 세계 유일하게 남은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은 '평화의 성지'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여부를 좌우할 주역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담판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장소의 상징성이 이를 추동할 수 있기에 판문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애초 판문점은 북미정상회담 장소 후보지에서 배제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를 되살리는 과정에 문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소를 함구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공식 거론한 시점이 문 대통령과 통화한 직후라는 게 이같은 판단의 주요 근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트위터에 "많은 나라가 회담 장소로 검토되지만, 남북 접경지역인 평화의 집(PEACE HOUSE)·자유의 집(FREEDOM HOUSE)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과 자유의 집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그만큼 판문점을 유력한 회담 장소로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북미회담 장소와 시간 등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결정 주체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논의했다는 것은 남북 정상 사이에서도 이 사안이 이미 논의됐을 거라는 추론을 낳는다. 이 경우 판문점 낙점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서 핵심으로 다뤄질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도 중재 역할을 마다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의 상징 판문점, '평화의 성지'로 탈바꿈하나?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판문점을 직접 거론한 데 이어 향후 수일 내로 회담 날짜와 장소가 발표될 것이라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최근 발생한 사우스웨스트항공 비상착륙사고 당시 탑승 승무원과 승객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지금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날짜가 며칠 안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결정할 북미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간 확정을 위한 양측의 조율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 대통령이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언급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아주 좋게 말해준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관대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끝내는 것이다. 그것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발언의 맥락상 북핵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해 "나는 평화를 원한다. 그것이 중요하다"면서 "큰 문제였는데 잘 해결될 것 같다"는 전망도 했다.
◆트럼프 "평화를 원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것'을 끝내는 것"
청와대는 2일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의 국내 주둔이 지속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평화협정 체결 후에는 주한미군의 국내 주둔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 특보는 특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교수"라며 문 대통령이 특보에 임명한 것도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에 도움을 받으려고 한 것이지, 그 말에 얽매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문제는 문 대통령도 이미 발언한 바가 있다"며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화협정이라는 것은 남북미와 중국까지 포함하는 한반도 전체의 평화 정착을 위한 협정으로, 주한미군 문제도 이런 관련성 속에서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우리 정부의 입장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군사적 긴장과 대치 속에 중재자로 역할을 하는 데 있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평양을 선호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지로 2~3곳을 거론할 때에는 평양이 후보지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선호하는 곳이 어디인지 거론이 됐는데 평양이 아니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 북한이 선호하는 곳이 어딘지에 대한 얘기 자체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북미회담 장소는 우리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 내에 발표할 것이라고 얘기를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가 속칭 '태극기 집회'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욕설한 것에는 "무반응"이라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