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브리핑에서 “문 특보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을 전하겠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금 전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의 말을 전달하면서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필요한 혼선이 빚어지길 바라지 않는 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한반도 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 연동’ 논란이 자칫 한·미동맹 균열을 야기하고 ‘안보 불안론’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문 특보를 사퇴시킬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엔 “아니다”라고 답했다.
청와대는 주한미군은 동북아 중재역으로서 평화체제에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언론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북한이 비핵화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수습에도 불구하고 문 특보 기고는 남북, 북·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 문-김 회담의 진전과 약속’이란 제목으로 기고를 실은 ‘포린 어페어스’는 세계 외교가에서 첫손 꼽히는 외교전문지이다. 문 특보는 기고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는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은 큰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문 특보가 평화체제 구축 이후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자칫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외교행보를 이어온 청와대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 그럼에도 기고로 인한 논란을 무릅쓰고 일부러 주한미군 주둔이란 의제를 부각시킨 것 아닌가 하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가 이날 오전 핵심 관계자를 통해 “문 특보는 정치적 상상력을 누릴 수 있는 교수 신분”이라며 “평화협정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부족해 다시 청와대가 문 특보에게 공개 경고를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주한미군 철수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드러내며 문 특보 해임을 촉구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