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장식용으로 전락한 게임기 먼지를 털고 최근 도전한 한 게임에서 ‘한국 사람이 왜 게임을 잘하는가‘에 대한 작은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과거 ‘폐인’이라는 음지에서 ‘e스포츠’라는 양지가 되며 1조 5200억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의 중심이 된 게임을 직접 체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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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주간의 노력 끝에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게임은 한국 사람들이 잘 한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
시작은 도발적인 말 한마디였다.
“안 할 거면 돈 아깝게 왜 샀나”라는 질타에 충동적으로 최신 게임을 구매하며 보고 있는 드라마 채널을 돌려 게임을 연결했다.
요즘 게임은 3D모델링, HDR 등 그래픽 기술 발전으로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제공하여 화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 재미요소인 확률형 아이템 획득 시스템과 사용자 간 협력을 요구하여 과거 혼자 즐기던 방식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를 통한 멀티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직장인이나 유부남들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파티원의 눈치를 보는 등 마음 졸이는데, 이유는 시간적 여유 부족과 아내들의 제재 등으로 게임을 할 시간이 적고 그 결과 미숙한 조작과 부족한 장비(아이템)에 민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기간 한정 이벤트라도 진행되면 몸은 직장에 있지만 마음은 게임 세상에 접속하곤 한다. 얼마간 게임에 빠진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이템을 획득해야만 기사에 인증샷을 넣을 수 있다는 압박에 초조함이 더해지고, 마음은 회피기술이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안 되겠다“는 빠른 포기로 다른 사용자의 도움을 받고자 온라인에 접속했지만 난이도가 높아져 도중 파티가 전멸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멸은 ‘아이템을 주지 않는다’와 같은 말이다.
“수십 분 걸렸는데 꽝이라니...”
시간도 시간이지만 애정을 갖고 육성한 캐릭터에 멋진 옷을 입혀주고 싶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커뮤니티를 수소문하며 높은 레벨의 전문가들을 커피 한 잔에 초대하고 나서야 그들의 도움으로 2주간 씨름해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단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
“진작 도움받을 걸..”하는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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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 한정 아이템 완성 모습. |
성과는 서울 강남의 모 게임카페에서 이들과 만나 특별교육을 받고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의 게임강좌를 들으며 나름 노력한 데서 비롯됐다.
20대부터 40대 용감한 유부남까지 다양했던 이들은 '서클'이라는 일종의 게임 멤버를 구성하여 정기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 역시 바쁜 일상에 퇴근 후 게임을 즐기는 등 기자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생활을 했지만, 이들 역시 인터넷에 게재된 영상을 참고로 지금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음 맞는 이들이 함께해서 팀워크가 좋아지고 실력도 성과도 자연스레 오르게 된다며 처음엔 다 어렵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들의 조언과 먼저 확인한 내용을 따라 해 보니 무작정 공격만 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으며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었다.
또 인터넷에 관련 영상과 후기, 공략법 등이 자세히 나와 있어 실력향상에 도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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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공유 사이트 등에 자세한 설명과 방법이 게재돼 도움 됐다. (사진= 게임 리뷰 영상 캡처) |
앞서 인터넷에 게재된 영상이 만들어지기 위해 평범한 이들보다 많게는 수백 시간 게임과 관련한 고민이나 플레이가 필요할 거로 예상돼 온라인 채널에서 활동하는 몇몇 이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예상처럼 한 편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남보다 빠른 시작과 장시간 플레이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영상 재생수에 따른 광고비를 받고 있었는데, 한 리뷰어는 “광고 수입만으로는 생계가 어렵다”며 “요즘 경쟁하는 이들이 많아 구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은 관련 기업의 협찬을 받는 거로 안다”며 “일부는 게임을 좋아해서 대가 없이 정보를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생계를 위한 활동이 고민을 만들고 여기서 다양한 분석과 전략 등이 나와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순환구조가 마련돼 있었다. 또 게임과 관련한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여 게임을 출시한 일본보다 우월한 능력을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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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도 상황은 비슷했다. 다만 나라마다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경우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보다 '즐긴다'는 느낌이 컸다. (사진= 동영상 공유사이트 캡처) |
한편 일본에서도 리뷰, 커뮤니티 등이 활발했지만 한국과 달리 게임을 플레이하며 대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몇몇 질문에 답해주긴 하지만 사용자 역시 거창한 공략이나 리뷰를 바라진 않는 모습이다.
또 게임을 즐기다 나라별 특징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인의 경우 죽어도 오뚝이처럼 몇 번이고 일어서 괴물을 때려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덕분에 게임에서 정한 ‘사망횟수’를 초과하여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차라리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반면 중국인들은 어딘가 번잡하고 리액션이 많으며 특히 음성채팅을 하게 되면 알 수 없는 중국어로 쉴 새 없이 떠들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시끄럽다’는 느낌이 다른 여러 행동을 압도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람들은 ‘승부사’, ‘전문가’라는 느낌이 컸는데, 앞선 동영상 등을 미리 접하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여 파티에 들어서면 미리 계획하고 입을 맞춘 듯 빠르고 정확한 모습을 보였다. 게임 후 결과도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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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과 관련해 일본은 캐릭터 사업과 코스튬 등이 활발하다. 사진은 게임 속 캐릭터를 코스튬한 일본인 모습. (사진= 일본 도쿄, 게임 코스튬 이벤트) |
이 말은 해외 IT 매체와 사용자 그리고 게임 개발사들이 e스포츠 강국인 한국을 보며 한 말이다. 실제 기자가 체험한 게임 상위권에 한국어로 된 캐릭터가 다수였다.
과거 ‘게임이 밥 먹여 주나’라는 비판과 질타가 많았지만, 한국은 지금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게이머를 시작으로 동영상 콘텐츠로 수입을 올리는 이들, 게임 관련 업계 등이 시장을 형성하여 ‘게임이 밥 먹여 준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또 세계대회가 열리며 여기서 우승하면 많게는 억대 보상이 주어지기도 한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뉴주에 따르면 세계 e스포츠 시장은 연간 36%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2020년엔 14억 880만 달러(약 1조 5200억 7700만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 2020년이면 e스포츠 매출이 50억 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프로 농구나 아이스 하키리그의 매출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시장 전망도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중국에서 e스포츠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 신설되고, 후발주자인 일본에서도 e스포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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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서 개최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2017’ 결승전 모습. 관중들로 가득차 열기를 더했다. (사진= 베이징 국립경기장) |
국내서도 한화, SKT e스포츠팀 등 여러 프로팀이 활동하며 세계무대를 석권하고 있지만, 1조원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중국, 일본 등 후발주자의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상에 오르기보다 정상을 지켜내는 일이 더 힘들다”는 말이 있다.
정상을 지키는 우리 선수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구단주들에게 관심과 응원이 필요해 보인다.
'GG'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