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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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1년] 힘 못 쓰는 소득주도 성장… 경제 민주화는 '진전'

경제분야 정책 명암 / 최저임금 인상 등 사람중심 경제 주력 / 고용해고 등 시장 반발에 부작용 노출 / 규제개혁 지연, 혁신 성장 분야도 미흡 / 성장률 3%회복·1인당 3만불 시대 눈앞 / 장밋빛 지표들 현실과 달라 실감 못해 / 재벌개혁·갑질근절 등 공정 경제 성과
문재인정부는 보수정부의 양적 성장정책을 비판하면서 ‘사람 중심 경제’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이라는 네 바퀴로 경제를 굴려가겠다고 천명했다.

출범 1주년을 앞둔 시점이지만 일자리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특히 청년층(15∼29세) 고용상황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청년 넷 중 한 명은 ‘사실상 실업’ 상태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문재인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장이 감당하기 힘든 속도와 강도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조치 등과 같은 소득주도성장 조치들이 추진되면서 고용 해고라는 시장의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혁신 성장정책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내세운 공급부문의 일자리 창출 방안이다. 하지만 혁신 성장은 기업가 정신을 북돋울 규제개혁 조치 등이 뒤따라주지 않으면서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 경제 목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재벌개혁, 갑질 근절 등이 성과를 내고 있다.

◆일자리 만들지 못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최근 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청년 실업률, 취업자 수 증가폭 등 주요 지표가 문재인정부 들어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들어 취업자 수 증가폭은 2개월 연속(2, 3월)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수 증가폭이 31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오히려 고용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정부가 ‘2020년 1만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측면에서는 역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165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73.9%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감원’(24.3%), ‘신규채용 축소’(21.3%)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실제로 고용비용 악화로 인해 고용과 노동시장에 불안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혁신성장과 관련해선 규제개혁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선정한 혁신성장 8대 선도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편성된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1.0%(2000억원)에 그쳤다. 반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9.7% 증가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 혁신성장이라는 용어는 나름대로 생각해서 만든 것 같은데 정확히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배를 개선하겠다면서 성장도 이루겠다는 말은 실현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벌 개혁 등 경제민주화 분야에서는 성과

경제민주화는 현 정부 경제팀이 성과를 내고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 소유·지배구조 개편과 가맹·하도급 분야의 ‘갑질’ 문화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평이다.

거시 경제 측면에서는 경제성장률 3% 회복이 눈에 띄는 성과다. 최근 우리 경제는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등 수출 호황에 힘입어 3.1% 성장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도 전분기 대비 1.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만9745달러로, 올해 3만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럴 경우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이면서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30-50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들 지표들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대기업과 재정 투입으로 만들어진 수치로 국민 전체가 체감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성장이 작아서라기보다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