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대학가 윤리의식… 홍대서 男 누드모델 사진 유출

남성 혐오 사이트에 올려 조롱글/ 학교측 논란 일자 뒤늦게 경찰신고/“유출자 색출… 재발 방지책 마련을”

홍익대 학생이 촬영해 여성 커뮤니티 워마드에 게재한 사진. 얼굴 등 가림 없이 노출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

홍익대 미대 회화과 수업 도중 찍힌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학교 측과 학생회는 이 사건을 자체 해결하려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경찰에 신고해 비난을 자초했다. ‘대학가의 윤리의식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4일 홍익대의 수사의뢰로 해당 사진 유출자를 찾는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유출자에게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가 적용된다.

경찰과 홍익대 학생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회화과 누드 크로키 전공수업에 모델로 나선 남성의 나체사진이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 올려졌다. 작성자는 ‘미술 수업 남누드모델 조신하지가 못하네요’라는 제목으로 나체사진과 함께 성적 조롱 등이 담긴 글을 올렸다.

이튿날 이 사실이 페이스북 익명게시판 ‘홍익대 대나무숲’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글은 삭제됐다. 지난 3일에는 이 대학 교수진과 학생 대표 등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해당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불러 자백을 유도했으나 유포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학교 차원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홍익대는 사건 발생 사흘 만인 4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학생회는 같은 날 ‘유출자가 학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학교 측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홍익대는 앞으로 모든 누드 수업에서 학생들 휴대전화를 회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사전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홍익대 총학생회와 성인권위원회는 입장문에서 “2차 가해를 지양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 대표는 “누드모델을 나체사진과 얼굴까지 드러내며 모욕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피해를 본 모델에게 이번 일이 흐지부지되지 않고 유출자를 찾아내 사과와 피해보상 등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해 줬다”고 말했다.

김주덕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건은 직접 얼굴을 때리는 등의 신체적 폭력행위와는 그 피해 정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악질적”이라며 “경찰이 신속하게 사건을 해결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홍익대 회화과의 누드모델 도촬사건 철저하게 수사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 등의 청원이 여럿 올라왔다.

김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