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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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은 또 방중… 북·중 밀월로 비핵화 출구 찾을 생각 말라

40여일 만에 다롄서 시진핑 만나 / 중국은 표리부동 행동 삼가야 / 정부는 비핵화 목표에 충실하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을 전격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3월 베이징 방문 이후 40여일 만이다. 조선중앙방송은 어제 “친선 역사에 특기할 전성기가 펼쳐지는 속에 두 나라 최고영도자의 의미 깊은 상봉과 회담이 다롄시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북·중 밀월을 알리는 표현이다. 전용기로 다롄에 간 김 위원장은 어제까지 이틀 동안 머물렀다. 시 주석도 그제 제1호 중국산 항공모함 해상시험 출정식을 위해 다롄에 간 만큼 깊은 밀담이 오간 것으로 판단된다.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방중 목적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압박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훤히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화하는 미국 압박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북핵 협상을 남·북·미·중 4자 구도로 바꾸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중심으로 북한에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PVID)’를 압박하고 있다. 기존 CVID보다 조건을 강화한 것이다. 이참에 북핵의 뿌리를 확실히 뽑아내겠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다. 미 국무부는 그제 “인공위성 발사도 CVID 방식으로 중단·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비핵화가 선대의 유지라면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비핵화를 하려면 ‘현미경식’ 핵 사찰은 당연하다. 과거처럼 이런저런 구실을 내세워 적당히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최근 북·미 간에는 심상찮은 기류가 감지된다. 북한 외무성은 그제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는 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정세를 원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 일자와 장소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모종의 갈등이 일고 있음을 보여 주는 징후들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미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북 군사옵션을 만지작거렸다. 군사옵션은 꺼진 불이 아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하면 재앙을 맞을 수 있다. 중국은 무엇이 평화를 위한 길인지를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중국은 말로는 비핵화를 부르짖으면서 뒤로는 북한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북·중 교역로마다 북한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런 식으로 동북아 평화를 이룰 수 있는가. 중국은 제 잇속만 차릴 게 아니라 비핵화를 위해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북핵 협상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남북 평화가 도래할 것으로 착각해선 곤란하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의 목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작금의 상황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