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뉴스의 연결고리엔 북한이 자리했다. 김정은의 방중 소식을 전하던 CNN의 유명 앵커 크리스 쿠오모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쿠오모는 “남북한이나 중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이 (북·중 회동에 대한) 사전 정보에서 소외됐다면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미 고위 당국자들의 최근 신경전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북한을 믿지 못하겠다”고 선언했으며, 강경파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을 향해 “장난을 치면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북한을 믿지 말라’는 소리를 반복해 왔으며, 중국마저도 한동안 북한과 거리를 뒀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그렇다면 우리의 판단은 옳았다. 며칠 전이었다. 주말에 지인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코피를 흘렸다. “임기 말의 특파원에게 나타나는 체력 소진 현상”이라는 위로부터 “이게 모두 트럼프와 김정은 때문이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중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아침잠을 설치는 것을 걱정한 김정은이 조간신문 기자의 건강은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는 반 농담은 압권이었다. 대화는 어느새 진중하게 이어졌다. ‘정상국가’ 지도자를 꿈꾸는 김정은과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트럼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시각도 표출됐다. 이제 김정은을 무조건 비난하는 게 이상한 세상이다. 고모부와 이복형을 없앤 냉혈한이라는 주장도 줄어들고 있다. 오히려 조선의 왕들도 그랬으며, 우리 사회의 재벌들도 숱한 ‘형제의 난’을 벌였던 적이 있다는 반박까지 더해진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을 폄훼하는 이들도 줄었다. 우리에게 조기 대선이 없었다면 지난 1월 이후 남북화해 무드가 급물살을 탈 수 있었을까. 우리의 복이다. 사심 없는 기대 하나 더한다. 운전대의 문재인 대통령과 동석자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이 같은 목적지를 머리에 그리며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들 중 누구든지 전략가로 추앙받는 것에 한 표를 던지겠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