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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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우리 정부는 뭐했나

미국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김동철 목사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을 구출했다. 미 공군 757 전용기를 타고 평양으로 날아갔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일행이 평양 체류 13시간 만에 억류자 전원을 전용기에 태워 귀환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어제 메릴랜드주의 앤드루 공군기지로 나가 억류자들을 영접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새벽 3시쯤 잠까지 설쳐가며 이들을 맞은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3월 말 1차 방북을 했다. 이번은 약 40일 만의 2차 방북이다. 1차 방북은 극비리에, 이번 방북은 보도진과 함께였다. 물밑 접촉에 공을 들여 억류자 석방을 자신했다는 뜻이다. 물론 끝까지 마음을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억류자가 풀려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떠나기 1시간 전이다. 극적인 석방이었다. 북한은 앞서 지난 주말 판문점을 통해 억류자 3명을 송환하기로 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귀환 길에 “정말 긴 하루였다”고 했다.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 성공시켰기에 그런 소회를 내놓게 되는 것이다.

이번 석방은 미국이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새삼 보여준다.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면 국가의 힘을 총동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질 석방에 앞서 억류자 귀환시간을 공개하며 “그것은 이 나라에 매우 중요한 무언가를 대변한다”고 했다.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전력을 쏟는 중이다.

인질 석방의 희소식을 접하고도 우리는 반색할 수만은 없다. 더 많은 우리 국민이 더 긴 시간 동안 북한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에 장기 억류된 국민은 6명에 이른다. 청와대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질 석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독대까지 하고도 왜 이들을 구출하지 못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국민이 적지 않다. 그간 정상회담을 비롯한 수차례 남북 협상에서 억류자 문제가 논의의 ‘중심’에 놓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문재인정부는 ‘사람 중심’을 강조하는 정부다. 비록 국회의 벽에 부딪히긴 했으나 문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사람과 생명에 방점이 찍혔다. 그런 ‘인권 정부’에서 자국민 석방에 총력을 쏟지 않은 것은 이율배반이다. 정부는 지금 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국가의 제1 책무를 해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