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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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부부 강간' 합법화한 수단…남편 살해 여성에 '사형선고' 논란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편을 칼로 찔러 죽인 아프리카 수단의 19살 여성이 법원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관련해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CNN 등 외신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라 후세인(19)으로 알려진 여성은 15살 때 가족에 의해 한 남성과 결혼하도록 강요받다가 이모와 함께 도망쳐 3년간 떠돌이 생활을 했다.

자신을 회유한 아버지에게 속아 집으로 돌아간 노라는 결국 남성의 집으로 팔리듯 떠넘겨져 억지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노라가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자 남성이 그를 성폭행했으며, 다음날 다시 같은 짓을 저지르려 하자 노라는 그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미국 CNN 영상캡처.


범행 직후 노라가 가족에게 도망쳤지만, 오히려 그의 가족은 딸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앞선 10일 재판에서 노라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숨진 남성의 가족은 재판 과정에서 그를 용서하려 하지 않았으며, 노라를 사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형 선고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 앞에 몰렸던 수많은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JusticeforNoura(노라에게 정의를)’ ‘#SaveNoura(노라를 구하자)’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CNN은 “수단은 10살만 되면 아이를 결혼시킬 수 있다”며 “부부 사이에서의 강간(marital rape)도 합법화하는 국가”라고 전했다.

 
재판 당일, 노라를 응원하기 위해 법원에 몰렸던 시민들. 트위터(@sodfadaaji) 캡처.


노라 측은 판결이 내려지고 15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라는 판결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다.

처음 노라를 변호하려다가 이탈한 변호사 대신 새롭게 선임된 변호인 알 이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노라는 법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도 버림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 이맘은 노라의 이야기가 수단 여성들의 인권 현주소를 나타내는 동시에 무조건 남편에게 복종하는 게 당연시 여겨지던 수단에서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원 앞에서 판결에 항의했던 샤드 함자(20)는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부부 강간의 피해자가 되고도 자기 이야기를 공개하지 못했다”며 “수단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게 금기로 여겨졌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여성으로 추정)이 가족이나 조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