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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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회사’ 바이오에피스, ‘관계회사’로 회계변경한 근거는?

참여연대·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공방 / 삼성측 “2대주주 美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높아져/ 실제로 권리행사 편지 보내와”/ 참여연대 “공동투자형태 설립/ 지배력 판단 달라질 이유없어/ 회계변경 재무구조 대폭 개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관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장외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는 1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의 관련성 등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은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회계변경을 한 근거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종속회사는 장부가치로 평가하지만 관계회사는 공정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잘못된 회계변경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과다하게 평가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순이익이 급증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이 좋아져서 2대주주인 미국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같은 해 하반기 바이오젠이 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를 보내 의사표시를 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더 이상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부분적 지배만 가능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설립시점부터 공동투자의 형태로 구조를 설계해 지배력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봤다. 또한 한국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잠재적 의결권이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판단할 때 경영진의 잠재적 의결권 행사 의도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고의로 회계처리 변경을 할 동기가 없었으며, 부당한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기자본 규모가 6000억원 정도로, 2015년 적자규모를 기준으로 할 때 향후 최대 3년 정도밖에 버틸 수 없는 수준이었다”며 “회계처리 변경으로 설립 이후 최초로 이익이 발생했고 부분자본잠식 상태에서 탈피하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회계처리가 몇개월 앞서 이뤄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관된 것인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금융위원회는 감리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심의를 하면서 합병·지배구조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참여연대는 합병 무렵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상 가치를 높여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나올 수 있었고, 합병한 후에도 염가매수차익이 드러나지 않게 회계 처리했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이 원하는 대로 평가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평가되고 이후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 모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큰 그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시기가 다른 만큼 두 사안이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은 17일 열릴 감리위와 이어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가부간에 결론이 내려진다. 이날 금융위는 감리위 민간위원 1명이 삼성 계열사에 4촌 이내의 혈족이 근무하고 있다며 회피신청을 냄에 따라 이 위원을 제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최종 결론에 따른 파장은 일절 고려하지 않고 사실만을 토대로 판단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