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다음·네이트에도 손 뻗은 드루킹, 댓글 2만개 조작 시인

경찰, 포털 3사로 수사 확대 / "다음·네이트 URL 일부 포함" 압수수색영장 받아 증거보존 /“김경수 전 의원 측에 돈 건네라” 직접 지시 내린 사실도 확인 / 金 전 의원 재소환 필요 커져도 / 경찰, 지방선거 의식 ‘미적’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이 네이버는 물론 다음과 네이트 등 다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댓글 공작을 통한 여론조작을 벌인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 회원 가입한 공무원은 20여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드루킹이 측근에게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 측에 돈을 건네라”고 직접 지시한 사실도 밝혀냈다. 하지만 정작 김 전 의원에 대해선 한 차례 참고인 조사 후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아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14일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댓글 작업을 펼친 것으로 의심되는 기사 9만여건 중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음, 네이트의 인터넷주소(URL)도 일부 포함된 사실을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음과 네이트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문제의 댓글 등 증거 보존에 나섰다.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 11일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지난 2일 드루킹의 측근인 필명 ‘초뽀’ 김모씨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확보해 분석하던 중 대선 전부터 댓글 공작이 펼쳐진 기사 URL 9만여건 관련 자료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9만여건 중 대선 이후 기사 7만1000여건은 네이버 측에서 자료 보존 조치가 끝났다고 알려와 본격적 분석에 착수할 방침”이라며 “나머지 1만9000여건은 지난 10일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보존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직접 측근한테 김 전 의원 전 보좌관 한모씨에게 500만원을 건네라고 지시한 사실을 시인했다. 드루킹은 지난 1월 17, 18일 기사 1건에 달린 댓글 2개에 대해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해 순위를 조작한 혐의 외에 추가 댓글 조작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에 달린 다른 댓글 50개를 매크로로 조작하는 등 이틀간 기사 676건에 붙은 댓글 2만여개를 상대로 공작을 펼쳤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공모 회원 200여명이 김 전 의원에게 2016년 11월16일부터 후원금 2700여만원을 기부한 것과 관련해 이들 중 80%가량이 개인 계좌를 이용해 김 전 의원 후원회 공식 계좌로 돈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액수는 대부분이 5만~10만원이며 개인 계좌로 보낸 만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는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공모 회원 중에는 경찰관 등 공무원이 20여명 포함돼 있는데 경찰은 이들이 댓글 조작에 직접 개입했는지 조사 중이다.

당장 김 전 의원을 다시 불러 조사할 필요성이 커졌는데도 경찰은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의원을 재소환하거나 피의자로 입건할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진행 상황을 봐서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선 “김 전 의원의 금융계좌 내역과 통신기록 확보를 하기 위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기각했다”며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기도 했다.

경찰이 이처럼 김 전 의원 수사를 머뭇거리는 이유로 6·13 지방선거가 꼽힌다. 여당의 경남지사 후보인 그를 경찰이 잘못 건드렸다가 되레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경찰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 재소환을 망설이는 사이 경공모 회원들이 스스로 댓글을 지우는 등 증거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경찰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