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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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연정협상 타결… 서유럽 첫 포퓰리즘정권 탄생하나

오성운동·동맹, 핵심 과제 합의/총리는 제3의 후보 선택하기로/대통령, 협상안·총리 수락 관건
지난 3월 총선 이후 정부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어온 이탈리아에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동맹 간 연립정부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대통령 승인 시 이탈리아, 서유럽 역사상 최초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권이 탄생하게 된다.

안사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와 극우정당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13일(현지시간) 나흘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연정에 관한 타협을 이뤄냈다. 디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14일 로마 대통령궁을 방문해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합의 내용에 대한 승인을 요청했다.
루이지 디마이오(위)와 마테오 살비니. AP=연합뉴스
두 정당은 이날까지 당 대표와 실무진 회담을 통해 세금 인하, 복지 확대, 불법난민 저지 등 핵심 국정 과제에서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총리를 비롯한 내각 구성원에 대한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각 구성원 명단은 이번주 초 발표될 예정이다. 자신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디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는 제3의 독립적인 후보를 선택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오성운동이 총리 후보로 경제학 명문대학인 밀라노 보코니대학의 귀도 타벨리니 전 총장을 밀고 있다는 라레푸블리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디마이오 대표는 “총리는 무당파 관료가 아니라 정치인”이라고 일축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연정 협상안과 총리 후보를 그대로 수락할지도 미지수다. 그는 지난 12일 연설에서 “헌법은 대통령에게 총리 지명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자신이 오성운동과 동맹의 협상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국정 운영 방향과 총리 후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연정 구성안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날린 셈이다.

이탈리아 최초 포퓰리즘 정권 탄생이 임박하자 유럽연합(EU) 동맹국과 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오성운동과 극우정당동맹 모두 EU 강대화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가 유럽 내 단일 통화에서 철수하는 방안도 고려해왔다. EU는 역내 경제규모 3위이자 전통적으로 친유럽 성향인 이탈리아에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선 뒤 EU의 난민, 재정 정책에서 엇박자가 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재정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현재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32%인 2조유로 상당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졌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