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증명서류요?"…노량진·동작역 주변 학교들 ‘골머리’

학원 밀집… 타지역보다 방문 많아/ 온라인 발급 가능 불구 홍보 미흡/“고유업무 처리 곤란해” 하소연/ 외부인들 출입 잦아 사고 우려도
“많게는 수십 명이 찾아오다 보니 직원들이 업무 처리에 어려움을 겪어요.”

15일 서울 노량진초등학교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시험 접수관련 서류얘기를 꺼내자 이같이 토로했다.

최근 경찰공무원, 행정고시 학원이 밀집한 노량진·동작역 인근의 초·중학교들이 시험접수에 필요한 증명서류 발급을 위해 찾아오는 수험생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방배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인질사건이 있었던 만큼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

다른 지역의 학교들은 서류를 발급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1∼2명 정도인데 비해 수험생의 서류 민원이 잦은 해당 학교들은 많게는 수 십 명이 방문한다. 과도한 업무량에 노량진초는 지난해 대형 학원을 중심으로 온라인으로도 서류발급이 가능하니 학교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노량진초 관계자는 “(제증명서류 발급은) 학교가 담당하는 업무이긴 하지만 고유 업무가 아닌데다 사람들까지 몰려오면 본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는 즉시 발급된다던데 왜 바로 발급이 안되냐며 불만을 표현하거나 제출기한 전날 저녁에 급히 찾아오는 분들도 있다”며 “그러나 즉시처리 서류는 법적으로 ‘근무시간 내 3시간 이내’를 의미하기때문에 아무리 서둘러도 오전에 오시면 보통 오후에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학교생활기록부는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초·중등학교 방문 외에도 정부 민원포털인 ‘민원24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 사이트에서 2003년 1월 이후 고등학교 졸업자라면 누구나 온라인으로 발급이 가능하다. 또 ‘어디서나민원처리’제도로 가까운 구청 및 동주민센터, 무인발급기를 이용해도 된다.

수험생들이 해당 서류들이 온라인에서 발급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학교를 방문하는 것은 온라인 서비스가 수험생들에게 제대로 홍보돼 있지 않고, 관계기관의 협조부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수험생들에게 2015년까지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제출 할 때 인비처리(서류 개봉 가능한곳에 인비도장 또는 학교장직인 날인 후 밀봉하는 절차)를 요구했다. 온라인으로 발급한 서류는 접수가 불가능해 수험생들은 가까운 인근 행정실을 방문해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개선하고자 지난해 하반기에 서울·인천 경찰청에 제증명서류 개선 협조를 요청했고, 현재는 접수 서류에 인비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2018년도 경찰청 채용공지에는 ‘생활기록부는 주민센터, 학교 등에서 팩스로 받을수 있으며 서울 노량진소재 초·중학교에서 발급시 노란색 행정봉투를 본인이 직접 가지고 가야하며, 발급신청 응시자가 많으니 가급적 다른 학교 등에서 발급’이라는 설명만 적혀있다. 온라인 발급도 가능하다는 안내가 전혀 없다. 또 일부 지방경찰청의 경우에는 최근까지도 학교장 직인이 찍힌 생활기록부를 요구하고 있어 수험생들은 가까운 학교 행정실을 찾아갈 수 밖에 없다.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수험생들을 위해서 동작관악교육청 민원실에 컴퓨터와 프린터를 비치해 오후 8시까지 야간발급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서류를 접수받는 기관에서 온라인 발급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협조가 필요한데 아직까지는부족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서울방배초등학교에 외부인이 인질극을 벌인 사건을 계기로 학교 안전을 위해 잦은 외부인 방문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당시 인질범이 민원 서류 발급을 이유로 출입했던 만큼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수업시간 중 학부모 및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학교는 각종 민원서류 발급업무에서 제외하는 대신 민원24 등 온라인이나 교육청을 활용하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