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 생산의 세계적 회사인 3D시스템스 공동설립자 찰스 헐은 1984년 당시 전통적 제품생산 방식인 재료를 깎아 만드는 가공기술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흘려 보내며 필요한 부분만 응고시켜 레고처럼 쌓는 적층 방식의 신속조형기술(Rapid Prototyping·RP)을 개발했다. 이후 RP는 3차원 프린팅과 비슷하다고 3D 프린터로 명명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이처럼 가공기술의 혁신적 역발상으로 탄생한 3D 프린터는 디지털 정밀제어 기술과 결합돼 제조나 공학뿐만 아니라 식품 의료·항공·소비재·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 |
지난 3월 미국 화학학회 심포지엄에서 조지아공대 제리 카이 교수팀은 4D 프린팅 된 신물질이 열·광학·습기로 인해 형상이 변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는데, 지난해보다 세분화된 연구 결과로 인공장기의 보편적 상용화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또한, 미네소타대의 마이클 맥알파인 교수팀은 자체 개발한 4D 프린터를 활용해 만든 실리콘 신소재를 환자의 전립선 조직에 사용했음을 영국의 ‘더 엔지니어’지에 소개했다. 인공 전립선 소재는 인체장기와 매우 유사하게 제작됐으며, 수술할 때 인공 전립선에는 전자센서가 바이오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추가로 부착됐는데, 이는 인공장기를 익힌 의사가 실제 인체장기 수술 시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에 중점을 둔 것이다.
4D 프린팅 기술의 활용 분야는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4D 프린팅 기술은 아직 태동 단계이고, 취약하며, 관심도 부족하다.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4D 프린팅 형상기억소재의 작은 구동력을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장비 개발과 열과 연기에 반응하는 소재 연구를 선보인 정도다. 반면 미국에서는 대표적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기술과 과학’(Tech & Science) 란에 거의 매주 4D 프린팅 관련 신기술의 발전을 다룰 정도로 관심이 높다.
한국은 4D 프린팅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부족하지만 나노 및 마이크로 제조기술이 핵심인 반도체 소자 및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은 세계 최고이다. 이에 정부의 창의적 연구자 신뢰 연구개발(R&D) 지원시스템이 조기 정착되고 산업계가 동참한다면 디지털제조 혁명의 새로운 총아인 4D 프린팅 기술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4D 프린팅 기술력 강화를 위해서는 정보기술(IT)은 물론 물리학·화학·분자세포학 등 각종 과학과 공학 지식이 융합을 이뤄야 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긴박한 사고현장에서 백팩에 넣어간 3D 프린터로 응급수술을 하며 거리의 자동차가 스스로 로봇으로 변하는 트랜스포머 로봇을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