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3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달부터 단속이 시작됐지만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지난 19일 공원 여기저기에서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의 술자리가 눈에 띄었다. 이를 제지하거나 주의를 당부하는 단속원은 보이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있던 대학생 박모(23)씨는 “이곳이 ‘음주청정구역’이란 말을 처음 듣는다”며 “공원 옆에서 버젓이 테이크아웃 맥주를 팔고 있는데 음주청정구역이라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올바른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겠다며 올초 도입한 음주청정구역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해당 구역에서 술을 마실 경우 단속할 수 있는 기준 등이 모호해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는 탓이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경의선 숲길을 비롯해 남산·서울숲·월드컵공원 등 서울시가 직영하는 공원 22곳을 음주청정구역으로 지정했다. 관련 조례에 따라 이들 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대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1∼3월 계도기간을 마치고 4월부터 음주단속에 들어갔지만 5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가 없다. ‘혐오감을 주는 행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힘들어 단속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 자체에도 허점이 있다. 공원 내에서 술을 마신 뒤 혐오감을 주는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음주를 해도 된다는 뜻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단속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조례에 문제가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조례의 원천이 되는 상위법상 근거도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서울시가 단속 조례의 상위법으로 든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은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만을 명시하고 있다. 음주청정구역에서 벌어지는 음주관련 추태를 단속해야 하는데 상위법에 단속 근거인 ‘음주’가 빠져 있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음주단속을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에 금주구역 지정과 과태료 조항이 도입되도록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