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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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칸 다녀온 이창동 감독 "본상 수상 불발 아쉬움 크다"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새롭고 낯선 영화라도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면 긍정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감상의 이점이 있는데 그게 사라졌으니까요. 수상 기대가 너무나 높아져서 실망감이 크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황금종려상을 받았더라면 한국영화에 자극이나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본상을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이 크다”면서 “낯설고 새로운 방식의 영화가 계속 제작돼야 한국 영화산업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신작 ‘버닝’으로 8년 만에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이창동 감독이 본상을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한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23일 귀국해 시차적응도 하지 못한 이 감독은 바로 다음날 ‘관객과의 대화’ 일정을 소화한 뒤, 25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50여개 매체 기자들과 만났다.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칸에서는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습니다. 의문이 들 정도였죠. 반면 한국 반응은 그와 온도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반응이 극명히 나뉜 이유를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제 숙제입니다.”

‘버닝’은 본상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는 등 칸에서 찬사를 받았다. 반면 국내 개봉 후 관객들 반응은 ‘모호하다’,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질문’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만들어왔고, 그것을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이느냐는 관객 각자의 몫”이라며 “질문하는 영화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어떤 관객의 가슴에는 남을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한국 관객에 익숙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그 같은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흥행한 영화의 성공모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어떤 작품은 성공하겠지만, 그것을 발전적인 것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저질러야죠. 오늘 낯설게 보여도 다음엔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져야 영화산업을 자극해 선순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