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미투운동' 서지현 검사, 또 검찰 '제식구 감싸기' 비판

2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역사의문에서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주관 제13회 들불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수상자로 선정된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는 26일 “검찰이 안태근 전 검사장을 수사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들불상을 받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곤란한 사건은 대충 법원에 떠넘기고 무죄 판결이 나오게끔 수사를 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검찰은 수사단이 아닌 조사단을 꾸렸고, 필요 없이 지연되고 부실한 수사로 처음부터 의지가 없음을 보여줬다”며 자신이 안 전 검사장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폭로 이후 검찰 조직으로부터 2차 피해를 본 것과 관련한 수사를 촉구했다.

서 검사는 “검찰 조사단이 2차 가해를 주도했는데 이러한 피해 때문에 또 다른 폭로가 나오지 못할 수 있다”며 “2차 가해자들을 엄격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서 검사는 방송 인터뷰를 통해 과거 성추행 피해 내용을 폭로한 이후 공개 석상에 나서지 않았다. 그는 “현직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을 이야기하면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서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며 “뜻깊은 상이라고 생각해서 들불상 시상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내에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26일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들불상 수상을 앞두고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출신인 서 검사는 “(1980년 광주 5·18민중화운동 당시) 8살 어린 나이였지만 5월의 함성과 피와 눈물은 여전히 제 기억에 새겨져 있다”며 “다시는 강자가 약자의 삶을 파괴하고 입을 틀어막는 시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5·18 때 당한 성범죄 피해를 폭로한 여성들에게 “저로 인해 용기를 얻었다고 들었는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 암세포처럼 퍼진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를 극복하는 데 이바지했다”며 서 검사를 제13회 들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들불상은 1970년대 말 노동운동을 하며 5·18 민주화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들불야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신영일, 윤상원, 박용준, 김영철, 박효선, 박관현, 박기순 씨 등 들불야학 출신 열사 7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우리 사회에서 민주·인권·평등·평화 발전에 헌신한 개인 또는 단체를 시상한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