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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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논란'에 종적 감춘 드루킹 보도… 특검 회의론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박근혜정부 청와대 간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고 양 전 대법원장을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을 받게 할지 말지를 두고 논란이 격화하는 동안 대중과 여론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사안이 있다. 바로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일당의 포털사이트 댓글 여론조작 사건이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검사법이 국회를 통과하긴 했으나 시작과 동시에 벌써부터 ‘동력’을 잃고 표류하는 듯한 모습에 국민의 지지와 성원, 그리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1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오는 4일 드루킹 특검법에 따른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를 열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변협은 전국 지방변호사회로부터 40여명의 후보를 추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된 이들 가운데 8명을 추천위원들이 선정하면 김현 변협회장이 그중 4명을 결정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일단 추천된 인물 중엔 검찰 재직 시절 수사 능력을 인정받은 전직 고검장·검사장이 여럿 포함돼 있다.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사법연수원 14기), 임정혁 전 법무연수원장(16기),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17기), 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17기)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추천됐으며 대부분 완강히 ‘고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등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우나 앞선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제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핵심 증거들이 이미 상당 부분 인멸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루킹 사건 자체가 여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유능한 법조인들이 선뜻 용기를 내 특검으로 나서보겠다고 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다. 신문과 방송에서 드루킹과 김 후보 간의 유착 의혹, 드루킹과 송 비서관 간의 유착 의혹, 그리고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이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 등을 입증할 새로운 정황에 관한 보도를 쏟아내며 여론을 선도해야 하는데 대법원 내홍 등 다른 이슈에 파묻혀 드루킹 관련 기사조차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일각에선 이른바 ‘정호영 효과’ 때문에 특검 후보 구인난이 생겨났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BBK 의혹을 수사했던 정호영 특별검사가 이후 겪은 ‘수난’을 뜻한다. 정 특검은 이 전 대통령이 BBK 및 다스의 실소유주인지 여부를 집중 수사한 뒤 ‘사실이 아니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올해 검찰은 “다스 실소유주는 이 전 대통령”이라며 종전 특검이 내린 결론을 뒤집고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정 특검은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아야 했다. 비록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긴 했으나 판사 시절 고등법원장까지 지내는 등 그간 법조계에서 쌓아올린 정 특검의 명예는 크게 실추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검경이 한 수사는 대부분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벌어진 일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요즘 검찰에 고발하네 마네 시끄러운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도 결국 지난 대법원장 시절 벌어진 일들”이라며 “드루킹 일당이 댓글 여론조작으로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현 정권 실세, 즉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하는 것인 만큼 대중과 언론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