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사장님의 휴대전화 배터리 충전이 끝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충전기 선을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사장님의 입에서 험한 욕설이 나오게 만들었고 회사의 소중한 자원을 낭비하였다는 이유로 사직을 권고받았습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홍대와 공덕역 일대에 부착된 이 같은 사직서 포스터는 각종 갑질 피해자를 무상으로 돕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벗’에서 진행한 이벤트다. 사단법인 벗 관계자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갑질 형태를 이슈화하고, 피해자들이 연락할 곳이 있음을 알리려는 목표로 기획했다”며 “온·오프라인 상에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벗에 따르면 갑질의 행태와 빈도는 증가하고 있지만 갑에 맞서 을을 보호하는 전문기관의 수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 1만3933개에 달하는 비영리기관이 있지만 갑질 해결에 중점을 둔 공익기관은 전무한 수준이란 설명이다. 이번 이벤트를 진행한 사단법인 벗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2016년 4월 설립됐다.
이와 비슷한 성격으로는 ‘직장갑질 119’가 있다. 직장갑질 119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이메일을 통해 노무사, 변호사 등이 무상으로 갑질 피해자들의 상담에 나선다. 오픈채팅방은 평균적으로 800∼900명이 고정 상주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그만큼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창구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용노동부는 믿지 못하겠고, 주변인들에게 털어놓아도 공감해주거나 도움을 주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궁여지책으로 들어온 채팅방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