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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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슬로베니아 총선 우파 승리…유럽 反난민주의 확산

헝가리·오스트리아·伊 이어 / SDS 25% 득표 제1당으로 / NSi 빼고는 모두 연정 거부 / 정부 구성 놓고 공전 불가피
야네즈 얀샤 전 슬로베니아 총리(가운데)가 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자 수도 류블랴나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류블랴나=AFP연합뉴스
슬로베니아 총선에서 반(反)난민 성향의 우파정당이 4년 만에 승리했다. 헝가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에 이어 슬로베니아에서도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정당이 승리하면서 유럽에 반난민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슬로베니아 국영방송 등은 3일(현지시간) 야네즈 얀샤(60) 전 총리가 이끄는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25%의 득표율로 제1당이 됐다고 보도했다. 비례대표제로 의원 9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SDS는 지난 총선보다 4석 늘어난 25석을 차지하게 됐다. 코미디언 출신의 마르얀 세렉이 창당한 반체제 정당인 ‘리스트’당(LMS)은 SDS의 뒤를 이어 12.7%를 득표하면서 13석을 차지했다. 지난 3월 물러난 미로 체라르 전 총리의 중도좌파성향 현대중앙당(SMC)은 9.8%(10석)로 4위에 그쳤다.

영국 BBC방송은 얀샤 전 총리가 반난민 이슈를 앞세워 표심을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슬로베니아는 2015년 난민사태 당시 그리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이른바 ‘발칸루트’의 종착지다. 난민들이 많이 유입된 만큼 그에 따른 사회문제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슬로베니아를 거쳐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서유럽으로 유입된 난민의 수도 5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얀샤 전 총리는 반난민 정서를 활용하기 위해 마지막 유세에 ‘헝가리의 트럼프’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초청해 난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얀샤 전 총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헝가리는 난민정책 덕분에 안전한 나라가 됐고, 벨기에는 그렇지 못한 정책으로 안전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유럽연합(EU) 내 반난민 정서가 더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헝가리, 오스트리아에서는 반난민 정책을 앞세운 정당이 승리했고, 지난 1일 출범한 이탈리아 연립정부에도 반난민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이 참여했다.

슬로베니아에서도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정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SDS와 성격이 다른 LMS와 좌파성향의 사회민주당(SD)이 모두 연정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SDS와 손잡겠다고 밝힌 유일한 정당인 새로운 슬로베니아(NSi)는 7.1%의 득표율로 7석을 차지했다. 두 정당의 의석수를 합해도 32석으로 과반인 46석에는 한참 모자란다.

따라서 슬로베니아 정부구성도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공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