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한반도의 비핵화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CVID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완전한 체제보장(CVIG)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설 가능성이 크다. 두 지도자는 다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등에 합의함으로써 한반도의 안보지형을 바꿔 놓은 상태에서 북한의 핵폐기 작업을 단계적, 장기적으로 추진하기로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4일(현지시간) 북·미 정상이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핵 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포괄적인 내용의 성명에 합의하고, 비핵화와 관련된 많은 세부사항을 추후로 미루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두 정상이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으나 그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문제를 푸는 데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무엇을 포기하고, 미국이 반대로 무엇을 제공할지 세부적 사항을 다루지 않고, 추후 협상을 위한 기본틀을 제공하는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말하는 CVID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체와 미래의 핵 개발능력 제거를 뜻한다”고 지적했다.
北 군민 궐기대회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에서 내년 김일성 주석 출생일(4월15일)까지 완공 결의를 다지는 군민궐기모임이 전날 진행됐다고 전했다. 뉴시스 |
비핵화의 추진 단계와 속도 및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짜맞추는 것도 핵심 쟁점 중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기존 핵·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한 선행조처를 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가 향후 2년 내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될 전망이다.
미 의회도 ‘나쁜 합의’(bad deal)는 안 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서한에서 핵·생화학무기 해체, 군사적 목적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생산·농축 중단, 핵 실험장과 연구·농축시설 등 핵무기 인프라 영구 해체, 탄도미사일 시험 전면 중단 및 해체를 요구했다고 한다. 이 같은 기준에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되고,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찰과 ‘스냅백’(제재 복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승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비핵화 분야에서 ‘성의 표시’를 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는 모라토리엄 유지, 핵물질의 추가 생산 중단과 궁극적인 제거,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와 화성-15의 생산 중단과 궁극적 해체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대북 제재 완화와 함께 주한미군 감축, 한·미연합 군사훈련 축소, 한국전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정재영 기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