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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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장들, '양승태 사법부' 비공개 문건 들춰봤다

6시간 넘게 격론 / 문건 추가 공개는 안 하기로 / 金 대법원장 고심 더 깊어질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해 소집된 전국 각급 법원장들이 그동안 일반 법관과 국민, 그리고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문건들까지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법원 안팎에 따르면 이날 성낙송 사법연수원장, 최완주 서울고법원장 등 각급 법원장 35명이 참석한 전국법원장간담회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된 410개 문건 중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문건들을 추가 공개할지,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조치를 취할지 여부가 집중 논의됐다. 문제의 410개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을 책임졌던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현 변호사) 등 행정처 관계자들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오른쪽)이 7일 오전 전국법원장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남정탁 기자

상당수가 일반 법관과 국민, 그리고 언론에 공개됐으나 일부 문건은 개인 사생활 침해 우려 등을 이유로 비공개 상태였는데 이날 법원장들이 이를 들춰본 것이다.

회의 초반에는 법원장들 사이에 신중론이 대세를 이뤘으나 추가 공개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원 안팎에서 추가 공개 요구를 받고 있는 비공개 문건들을 열람한 뒤 6시간 넘게 격론이 오갔다. 이 중에는 한 언론사와 연관된 문건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나머지 문건을 추가 공개할 경우 논란이 확산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공개 문건을 추가 공개하거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하지는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법원장들은 결국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상 조처를 하지 않기로 한 특별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한다”며 “사법부에서 고발, 수사 의뢰 등 조처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 제기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며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 방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뚜렷한 입장 발표와 특단의 후속 조치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재판 경력만 25년 안팎으로 대법원장·대법관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상위층 판사인 법원장들이 고법 부장판사들보다 한발 더 나아간 신중론을 내놓으면서 김 대법원장의 고심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