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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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교류·통일 대비 북한학과 늘려야”

전문가들, 인력부족개선책 제언 / 취업난에 통폐합… 동국대만 유지 / “국립대부터 학·석사 과정 신설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국내외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관련 전문가 수요도 증가했으나 북한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각 대학의 ‘북한학과’는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교류와 통일에 대비해 북한학과를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내 대학 중 ‘북한학과’ 간판을 지키고 있는 곳은 동국대가 유일하다. 그러나 동국대 북한학과도 잇따른 학내 구조조정으로 입학정원이 단 15명뿐이다. 2007년까지 40명이던 입학정원이 10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앞에서 국군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사진공동취재단
대학에서 북한학과가 퇴장한 주된 원인은 취업난이다. 북한학이 지닌 학문적 특수성과 남북 관계 불확실성이 북한학 전공자들의 설 자리를 좁게 한 것이다.

지난해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북한학과를 통일외교학부와 통합했다. 입학정원이 30명이던 단일 학과가 통일외교학부로 흡수된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통일외교안보학)는 “북한학과가 통합되면서 북한 관련 수업 비중이 60%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북한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대학가에 북한학과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 무렵이다. 당시 탈냉전 기류와 함께 통일에 대비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자는 취지로 북한학과가 설립됐다. 1994년 동국대를 시작으로 명지대(1995년), 관동대(1996년), 고려대(1997년), 조선대(1998년), 선문대(1998년) 등이 북한학과를 신설했다.

북한학과 호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북한학과가 갑작스레 늘어난 탓에 일부 대학이 정원 미달을 겪었고, 이후 남북 관계마저 경색돼 존폐 기로에 섰다. 조선대는 학과 개설 1년 만에 문을 닫았고, 관동대는 2006년 정원 미달로 폐지했다. 선문대는 동북아학과로 개편을, 명지대는 정치외교학과와 통폐합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분단 현실에서 북한학의 가치를 취업률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는 “주요 국립대학이라도 북한학의 학사·석사과정을 신설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북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