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시간) ‘늙다리, 꼬마 로켓맨을 만나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많은 공통점 가진 적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독재자에게서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를 불신하고, 역사에 획을 긋는 데 목마른 이단아로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인 자신의 모습을 본다”고 지적했다.
숨죽인 센토사섬 싱가포르 경찰 순시선이 11일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카펠라 호텔이 있는 센토사섬 인근 해역을 순찰하고 있다. 싱가포르=EPA연합뉴스 |
두 지도자는 첫 대면부터 칭찬과 비난을 뒤섞어가며 상대방을 허물어뜨리려는 공방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호언장담을 주고받고 독단적인 지도자 스타일을 숨김없이 드러내다 보면, 나이와 성장 배경 및 문화의 차이에도 서로가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친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의 ‘폭스 앤드 프렌즈’ 진행자 애비 헌츠먼이 10일 트럼프와 김정은을 ‘두 명의 독재자’로 지칭했다가 사과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보면서 ‘독재자’인 자신의 모습을 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독재자를 두둔하거나 동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고, 21세기 중국의 황제로 등극한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는 또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젊은 나이에 권좌를 차지하고 이를 잘 지키고 있다고 평가하고, ‘똑똑한 친구’(smart cookie)로 부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비전통적인 ‘공포의 존재’라는 정치적 이미지를 공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통해 역사책에 ‘위인’으로 기록되고 싶어 한다. 김 위원장은 북한의 획기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대접받기를 바라고 있다. 두 지도자 모두 이런 ‘희망 사항’이 현실화되도록 하려면 상대방이 간절히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지도자와의 관계 형성 과정에서도 ‘직관’을 중시한다. 그는 “김 위원장과 만나면 1분 이내에 그의 비핵화 의지를 알아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김 위원장도 집권 7년 차를 맞아 자신감에 차 있다. 이제 핵보유국 지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등 그 누구와도 당당히 대좌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넘치는 자신감이 빅딜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