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공동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싱가포르 현지에서 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과의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그간 핵 합의의 역사에서 북한에 속은 전철에 비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을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 동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며 "미국에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아버지도 미국과 합의를 한 뒤 핵 동결 약속을 저버리지 않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자 "맞다. 그(김정은 위원장)도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며 얘기를 풀어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상관없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그들이 이렇게 멀리 온 적이 없었다. 일찍이 이런 수준까지 온 적이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의) 대통령과 결코 협상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공동합의문을 들고 악수하고 있다. |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 우리는 시도했지만, 결코 해결되지 않았고, 그것은 실제 미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이었다"며 "이건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도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면서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선대 때를 언급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초 일괄타결식 속도전을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비핵화 시한과 관련,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문가들과 말해본다면 당장 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일부는 15년을 이야기한다'는 질문에 "신속하게 한다면 어떤 이들은 15년을 말하는데, 진짜로 (핵을) 해체한다고 할 때 그 기간에는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며 "내일 당장 핵을 제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과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북한)은 당장 (비핵화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는 질문에 "동의하지 못 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우리가 여기 없었거나 아니면 정중하게 악수를 한 다음에 보자며 나왔을 것"이라며 "나는 그가 해결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 완전하고 전면적인 비핵화가 아니었다면 나는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을 "신뢰한다"고 강조한 뒤 김 위원장도 기자들 앞에서 "(미국의) 다른 어떤 대통령도 이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그가 나를 신뢰한다고 생각하며, 나도 그를 신뢰한다"고 거듭 말했다.
몇 달 전 인권 침해 등으로 비판했던 '잔혹한 독재자'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 질문에는 "나는 단지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몇 달간 북측과 논의를 해온 상황을 말하던 중에 '김 위원장과 전에도 대화를 해봤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부연 없이 "그렇다. 그와 이야기를 나눠봤다"고 말해 또 한 번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는 그 이전에도 김 위원장과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며 묘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를 맞이하고 싶고 그도 오고 싶어 할 것"이라며 백악관 초청 의사를 재확인한 뒤 ""모든 것이 완성되는 시점에 나는 그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그곳'이 어딘지 명시화하진 않았으나 직전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시점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점에 비춰 평양 방문 의사를 거듭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공동선언문에 대해 "매우 강력한 문서"라고 강조한 뒤 "오늘은 세계적 관점에서 엄청난 날이다. 나의 정적들을 포함, 많은 사람이 '역사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매우 전무후무한 일을 한 건 사실"이라고 자평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