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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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TK인맥 대부' 김강욱 대전고검장 떠난다

대전고검 창설 이래 ‘최장수’ 고검장인 김강욱(60·사진) 대전고검장이 검찰을 떠난다. 경북 출신으로 경북고를 졸업한 김 고검장의 사임은 지난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 내내 검찰을 주도한 TK(대구·경북지역) 인맥의 퇴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13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김 고검장은 전날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사랑하는 검찰 가족 여러분’이란 제목의 글에서 “제 청춘의 전부를 쏟아부은 정든 검찰을 떠나기로 했다”며 “1990년 검사로 임용돼 현재까지 28년 4개월 동안 21개 검찰청과 기관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후배, 동료, 직원들의 가르침과 헌신적 노력, 가족들의 말 없는 희생 덕분에 무난히 소임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김 고검장은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19기) 수료 후 검사로 임용돼 대검찰청 중수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부장 및 금융조세조사1부장, 법무부 대변인,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검사장 승진 후에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청주·의정부지검장을 지냈고 2015년 고검장으로 진급했다.

그는 ‘정통 TK’로서 이명박정부 시절 특히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이 전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로 옮겨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을 맡은 것이 대표적이다. 역시 TK가 주도한 박근혜정부에서도 다른 동기생보다 먼저 고검장 반열에 올랐다. 같은 TK 인사이자 사법연수원 19기 동기생이기도 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을 호령하던 시절이었다.

이처럼 이명박·박근혜정권 9년 동안 상대적으로 ‘잘 나간’ 점이 정권교체 후 그의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 많다. 2015년 12월 대전고검에 부임한 그는 최근까지 2년 6개월 넘게 인사이동 없이 자리를 지켰다. 1992년 대전고검이 생긴 이래 최장수 고검장이다. 지난해 5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정권 핵심층이 김 고검장의 전보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그에게 딱히 책임을 물을 만한 일은 없어 그냥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지휘부에 해당하는 고검장 8자리 중 TK 인사라고는 김 고검장과 박정식(57·사법연수원 20기) 부산고검장 2명뿐이어서 지역안배 차원에서라도 쉽게 내칠 수는 없었으리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고검장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대전고검에 너무 오래 근무하게 되고 딱히 전보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자 차라리 후배들한테 승진 기회를 주고자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친한 전직 검찰 간부 몇 명도 “문재인정부 검찰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어 보이니 그만 물러나라”고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1960년대 일본 검찰 주도권을 잡은 특수통 검사들에 의해 ‘적폐’로 내몰린 공안통 오카하라 마사오(岡原昌男) 검사가 도쿄에서 먼 교토지검장으로 전보된 뒤 3년이 지나도록 새 인사발령이 없자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교토의 거리를 떠돈지 3년…”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던 일화를 거론하며 김 고검장을 오카하라에 빗대기도 한다.

평검사와 부장검사 시절 김 고검장은 뛰어난 판단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특별수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검사장 승진으로 수사 일선을 떠난 뒤에도 의정부지검장 시절 굵직한 수사로 언론 주목을 받았다. 온화하고 신중한 성품으로 동료와 선후배들 사이에서 ‘책임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