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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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밥 1

김상현
밥 1

김상현

바람 꽁무니 도사린 후미진 곳.
거미줄에 걸린 늙은 나방이 거미에게 말했습니다

기꺼이 나를 먹으소서
나는 허기진 당신의 먹이로소이다
나로 한 끼의 배부름을 채우고도 남는다면
한적할 때 당신이 즐길 간식거리로 매달아 두소서
흔적도 남김없이 당신의 밥이 되어도
당신으로 인해 나의 최후는 넉넉합니다

이렇게 고백하며 나방은 은빛 줄에 앉아 처음으로
날아온 하늘을 뒤돌아보았습니다

비로소 하늘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신작시집 ‘김상현의 밥詩’(황금알)에서

◆ 김상현 시인 약력

△1947년 전남 무안 출생 △1992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 ‘달빛 한 짐, 바람 한 짐’ ‘노루는 발은 벗어두고’ ‘몸속의 꽃’ ‘어머니의 살강’ 등 △편운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