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추락했던 청년고용률이 대체로 개선된 가운데 우리나라의 회복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3개국 중 14번째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OECD 회원 33개국의 청년고용률 회복 속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4~16년 평균 청년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13년) 평균 수준보다 0.5%p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차이는 컸다. 영국(2.1%p)과 미국(1.8%p), 일본(1.3%p) 등의 회복속도는 빨랐으나 2010년대 ‘재정 위기’를 겪은 남유럽 국가는 이전 수준에 못 미쳤다.
한국의 청년고용률 회복속도는 같은 기간 1.0%p의 상승으로 전체 1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OECD 평균치보다는 높긴 했지만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뒤쳐졌다.
쉽게 오르지 않았던 청년고용률 속 올 상반기 취업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려고 한다.
◆금융권 상반기 채용 다소 주춤…하반기 기대
대규모 채용을 이끌던 금융권이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으면서 일부를 제외하고 대형 시중은행 및 주요 지방은행의 상반기 채용이 다소 주춤했다.
전국은행연합회 차원에서 TFT를 구성해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안’을 발표한 것이 6월 초로, 채용 절차의 공정성이 담보 되지 않은 가운데 섣불리 채용을 시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범규준 초안에는 채용 과정에서 필기시험 도입과 함께 서류전형 외부기관 위탁, 블라인드 면접, 임직원 추천제 폐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가이드라인 성격이지만, 대부분 은행들이 확정된 기준을 내규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채용의 스타트를 끊은 것은 신한은행으로 지난 5월 말에 상반기 채용을 시작했고, 다른 시중 대형 은행도 하반기에 채용을 보다 늘릴 것으로 예상돼 막혀있던 취업문이 하반기에는 다소 해소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채용시장에 전면으로 나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등의 신기술 활용이 점차 전 산업분야에 확장되면서 대기업을 필두로 채용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현재 AI의 역할은 서류 검토에 집중되는데, 서류전형은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해야 하는 만큼 AI 도입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상반기 채용에서부터 백화점, 정보통신 등 일부 계열사에서 지원자가 서류를 제출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인재 부합도, 직무 적합도, 표절 여부 등을 가린다. SK C&C는 AI플랫폼 '에이브릴'을 이번 상반기 SK하이닉스 신입사원 서류평가에 시범 도입했다. 제약업계에서도 JW중외제약이 인적성검사를 AI로 대체했다.
공공기관도 가세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상반기 신입 채용을 진행한다. 필기시험을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자기소개서와 같은 기본 질문과 탐색질문, 직군별 심층 구조화 질문 등을 인공지능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활용 초기 단계이므로 AI전형 분석결과는 면접관의 참고 자료로만 사용할 방침이다.
AI를 활용한 채용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서 향후 더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분석으로 채용에서 더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년층-청년층 고용격차 심화
통계청의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10.5%로 전년 동월 대비 1.3%p 상승한 상태다.
반면 2018년 5월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4%로 세계 주요국가 중 낮은 수준이다(OECD 평균 5.5%, 2017년 4분기 기준).
2012년 이후 꾸준히 3%대 중후반에서 4%대 초반을 유지했을 정도로 고용 안정성이 높지만, 50대 이상과 20대의 고용률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상반기 20대 고용률은 정체됐을 뿐 아니라, 5월에는 전년도 동기 대비 오히려 0.6%p하락했다.
연령대별 고용률 격차도 20대(58%)와 50대(75.7%)는 17.7%p(5월 기준)가 차이가 났으며, 올 한해 15% 이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정부 차원에서 청년 고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단기간 안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세대별 인구격차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고용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공공기관 채용 시작
올 상반기에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부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신입사원 680명을 채용해 상반기 공공기관 중 최다 인원을 임용했고, 한국전력공사, 건강보험공단, 마사회, 국민연금 등도 채용을 진행하면서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 채용에는 유사 분야의 ‘합동채용’이 늘었는데 응시경쟁률을 낮추고 중복합격에 따른 결원발생을 최소화해 취업 인원을 늘리고, 채용기관의 비용절감과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정책금융기관, 부산,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8곳에서만 시행된 것에 반해 올해 상반기에는 3월에 67곳의 공공기관이 합동채용에 참여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취업준비생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입사경쟁률이 완화되고, 중복 합격자를 줄여 더 많은 지원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애초에 전체 응시기회가 줄어 취업 선택의 기회를 박탈하고 ‘실력’보다는 ‘눈치싸움’이 된다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지원정책 강화
새 정부 출범부터 청년 고용을 위한 중소기업지원 정책이 다양하게 쏟아지면서 올 해 상반기에는 점차 강화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정책자금 지원을 올 해 대폭 늘렸고, 고용 창출 기업이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기준으로 보완되기도 했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 정책자금을 우선으로 배정해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구직자들에게도 중소기업 취업 독려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됐다.
‘청년내일 채움공제’는 청년이 중소 및 중견기업에서 2년 이상 정규직 근무 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통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제도로 상반기 추경 예산 편성으로 본격 시행하게 됐다.
다만, 이러한 정책은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홍보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구직자 464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취업지원 정책’에 대해 조사한 결과, 54.3%가 ‘아직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