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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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朴 구속 이끈 한동훈 검사… 이번엔 '사법부 수사' 지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린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이번엔 전직 사법부 수장을 겨냥한 수사를 진두지휘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검찰 수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소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檢,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특수1부에 재배당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기존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서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로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특수1부는 한 차장검사 산하 부서다. 검찰은 “사안의 중요성과 중앙지검 부서 간 업무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재배당 배경을 설명했다.

한 차장검사와 신 부장검사는 박근혜정부 말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나란히 파견검사로 투입됐던 ‘특수통’이다. 적폐청산 수사 선봉장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발탁돼 중앙지검 3차장검사·특수1부장으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특검팀에서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한 한 차장검사는 뒤이어 이 전 대통령한테 110억원대 뇌물 등 16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엘리트 검사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택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 시절과 관련해 제기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남=서상배 기자
◆“이런 수사에 특화된 부서”···양 전 대법원장에 직권남용 혐의 적용할 수 있을까

앞서 검찰은 박근혜정부 입맛에 맞게 재판을 했다는 이른바 ‘재판 거래’ 등 의혹과 관련, 양 전 대법원장 형사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고발장 20여건을 접수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형사 조치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길 기다렸다. 그 사이 대법원 특별조사단 보고서는 물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담긴 보고서 파일 등을 입수해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 차장검사가 거느리는 부서들이 이런 종류의 특수수사에 특화됐기 때문에 사건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내부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한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박근혜(왼쪽), 이명박
재경지법에 근무하는 소장 판사는 “진상 파악을 위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행정처가 재판에 관여한다는 것은 법원 구조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사법부가 그런 조직이라면 진작 사표를 썼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도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행정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할 때 적용된다”며 “대법원장이 다른 법관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문건에 담긴 내용과 재판 결과가 일치해 외관상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만 갖고 직권남용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다는 뜻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